발권수수료 떠넘긴 항공사-여행사… 결국 소비자가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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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協 ‘항공권 유통체계’ 공청회

회사원 이상혁 씨(30)는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구매하다가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여행사가 ‘발권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1만 원을 더 받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사는 ‘발권 수수료는 항공권 예약 상담 발권 서비스를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여행사가 항공사를 대신해서 하는 업무인데 왜 그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 수수료는 환불도 안 된다고 하니 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사가 항공권 판매 대행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여행사에 지불하던 판매 수수료를 돌연 폐지하고,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서 받으라고 여행사에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여행업협회는 18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항공권 유통체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지적했다.

○ “항공사의 발권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항공사는 자사의 항공권을 대신 판매하는 여행사에 판매 대행 수수료를 지급했다. 여행사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항공 운임의 9%를 수수료로 여행사에 제공했던 것. 국적항공사들이 민간항공업계 협력단체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가입하면서 이런 수수료 지급 관행은 국제 규정으로도 자리 잡았다.

그러던 2001년 IATA가 ‘모든 항공사가 동률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시장 담합으로 볼 수 있다’며 대리점 규정을 삭제하면서 항공사의 수수료 인하가 시작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9%의 발권 수수료를 7%로 인하했고, 이후 각각 2010년 1월과 2011년 4월 여행사에 지불해 오던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문제는 그 수수료 부담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점이다. 여행사가 반발하자 항공사가 “발권 비용은 소비자에게 받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여행사들은 1만 원가량을 ‘발권 수수료’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부과하기 시작했다. 항공사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소비자에게 그 대가를 받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여행사는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업무는 똑같은데 이익이 줄었고, 사실상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여행사도 많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수료를 받지 않다가 경영난으로 폐업한 여행사도 많다”고 말했다.

○ 발권 수수료 문제, 법률 위반 소지 있어

수수료 부담을 전가하는 항공사의 행위는 법적으로도 여러 문제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행사는 항공사를 대리하기 때문에 여행사의 발권 비용은 항공사가 부담하는 것이 법리상 맞다”고 말했다.

대리점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제기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항공사가 해야 할 판매, 상담, 환불 업무를 대신하는 여행사는 명백한 대리점”이라며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대리점에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 조건을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청회를 주최한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은 “항공사와 여행사는 서로 도와가며 성장해야 할 협력 관계”라며 “여행업계는 물론이고 소비자에게까지 피해가 전가되는 현 상황을 개선해 상호 투명한 유통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항공사#여행사#항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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