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행복한 사육’ 실천하는 농장주 2인 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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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소비자에 초원 방목 여부 공개해야”
“방치된 산림 등 활용하는 것도 방법”

충남 태안군 이원면 김성한 씨(37·사진)가 생산한 계란에서는 그 흔한 ‘무항생제’ 인증을 찾아볼 수 없다. 김 씨는 20일 “무항생제 인증이 의미가 없어 신청하지 않았다. 4년 동안 닭을 초원에 방목했더니 병이 없어 항생제를 투약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심다누팜’에서는 6000m²가량의 넓은 초원에 닭 2500마리를 키운다. 케이지(좁은 철제 우리)를 설치하면 10만 마리를 키울 수 있다. 김 씨 농장의 닭들은 오전엔 실내에서 알을 낳고 오후 내내 땅을 파헤치고 풀을 뜯는다.

김 씨 사연은 본보 14일자 ‘벤처농부 100만 시대 열자’ 기획을 통해 소개됐다. 같은 날 국내에서 살충제 계란이 처음 확인됐고 15일 0시 전국의 계란 출하가 일시 중단됐다. 김 씨 농장의 계란은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김 씨 농장의 인터넷 카페 회원은 7500명으로 며칠 새 2000명 이상 늘었다. 계란은 주문하고 3주 후에 받을 정도다.

김 씨는 “항생제는 짧으면 사용 이틀 뒤에도 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항생제를 투약해도 출하 전 일정 기간만 멈추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살충제와 항생제 문제 모두 해법은 ‘동물이 행복한 사육’”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무항생제 인증처럼 형식적인 친환경 인증 대신 동물복지 인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케이지와 평지, 초원 방목 등 사육 방법을 세분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공개토록 한 뒤 폐쇄회로(CC)TV로 실시간 체크하는 시스템을 갖춰 인증 정보의 신뢰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 담양군 무정면 ‘다란팜 농장’ 주인 송홍주 씨(64·사진)도 “햇빛이 드는 축사에 모래밭과 황토밭이 있는 동물복지형 농장이 확대돼야 한다”며 “땅이 부족하다면 안 쓰는 산림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2005년 개인으로는 처음으로 유기축산 인증을 받은 송 씨는 “오래전부터 유기농 계란을 생산했지만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며 “‘계란 직불제’ 등의 정책도 도입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태안=지명훈 mhjee@donga.com / 담양=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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