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300% 한도, 상환능력 없는 대출자 못걸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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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도입 석달 들여다보니
한도 느슨해 승인율 별 차이 없어… 한도 비율 초과로 대출 거절된 사례
‘신용’ 0.8% ‘부동산 담보’ 1.3%뿐
은행 “당국이 목표치 정해 달라”… 당국은 “은행 자율로 개선하라”


KB국민은행이 올 4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는 대출자의 연소득 대비 갚을 수 있는 원리금 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현재 대출 규제 수단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기존 대출의 이자만 고려하는 것에 비해 훨씬 깐깐하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번에 원리금 한도를 연 소득의 약 3배 안팎으로 다소 높게 설정했다. 이로 인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대출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DSR 규제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올해 4월 17일 DSR를 도입한 이후 이달 12일까지 DSR 한도 비율을 넘어 대출이 거절된 사례는 신용대출 422건, 부동산 담보대출 463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각 분야 전체 대출 신청 건수의 0.8%, 1.3%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해선 DSR 한도를 300∼400%, 신용대출은 250∼300%를 한도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DSR 도입 이후에도 대출 신청 건수 대비 승인율은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4월 17일부터 6월 12일까지 신용대출 승인율은 71.6%, 부동산 담보대출 승인률은 96.1%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승인율보다 각각 0.7%포인트, 0.6%포인트 낮은 것이다.

금융계는 이를 예견된 결과로 보고 있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출 실적을 쌓아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 DSR 한도를 낮게 잡아 대출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가 (DSR 기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도 DSR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금융 당국이 목표치를 정해 달라”고 요구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은행들은 최근 전국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DSR를 150%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DSR를 자율에 맡기면 은행들이 국민은행처럼 DSR를 다소 높게 잡을 것이고, 고객들은 대출 한도와 금리를 비교해가며 ‘대출 쇼핑’에 나설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금융당국은 DSR 한도 설정을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DSR 한도를 정하면 사실상 DTI 규제와 다를 것이 없다”며 “DSR를 계기로 정부가 정한 상한선에 맞춰 은행들이 정교한 심사 없이 대출을 내어주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DSR 가이드 비율을 평균 70∼80% 정도로 맞추도록 하되 은행들이 대출 특성별로 비율을 미세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가이드 비율을 주면 은행들이 모두 그 비율에 맞춰 대출을 내주는 식으로 영업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심사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dsr#대출#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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