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휴학하고 창업 뛰어든 ‘용감한 DGIST 5인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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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연구실 정보제공 ‘랩바이랩’

올해 2월 창업을 위해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서울로 올라온 랩바이랩 최혁진 대표와 김명현 씨(앞줄 왼쪽부터), 김산하 김혜진 김종수 씨(뒷줄 왼쪽부터).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올해 2월 창업을 위해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서울로 올라온 랩바이랩 최혁진 대표와 김명현 씨(앞줄 왼쪽부터), 김산하 김혜진 김종수 씨(뒷줄 왼쪽부터).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3D(3차원) 바이오 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실에 들어가고 싶어요.”

한 대학생의 이런 의뢰를 받은 최혁진 대표(22)가 국내 2000개 연구실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한 시스템에서 적합한 곳을 찾아 추천했다.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 교수님 연구실이나 GIST(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 교수님 연구실이 좋겠네요.”

이달 홈페이지(labbylab.io)를 열고 서비스를 시작하는 ‘랩바이랩’은 이공계 학부생과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에게 무료로 국내 연구실 정보를 제공한다. 랩바이랩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생들이 창업해 지난해 10월 법인 사업자 등록을 한 회사다.

최 대표와 김명현(21) 김혜진(20·여) 김종수(20) 김산하 씨(20) 등 5명은 올 2월 창업휴학을 하고 서울 강남 한복판에 오피스텔을 얻어 올라왔다. 부산 제주 등 출신에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서 대학 생활을 하던 이들에게 강남은 너무 낯선 곳.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떠나왔다.

이들은 ‘나중에 어느 대학원에 가지?’라는 고민에 빠진 자신들을 생각하며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했다. 11일 만난 최 대표는 “연구실 홈페이지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홈페이지가 잘 관리되지 않는 곳이 많아 원하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랩바이랩은 온라인에 있는 DGIST, KAIST, GIST, UNIST(울산과학기술원), 포스텍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2000개 연구실 정보를 모두 모아 핵심 연구 분야를 키워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정보는 김명현 씨가 개발한 봇(데이터를 찾아주는 소프트웨어)을 통해 수집했다. 이 봇은 연구실 홈페이지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자동으로 반영시켜 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랩바이랩은 2000개 연구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했다. 김산하 씨는 “석박사생이 직접 설명해주는 연구실 특징, 홈페이지에는 잘 나와 있지 않은 졸업 뒤 진로 분야까지 정보를 축적했다”고 말했다.

아직 페이스북 페이지만 운영하지만 랩바이랩은 지금도 의뢰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연구실 정보를 알려준다. 앞으로도 학부생이나 석박사생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석박사급 인재 채용을 원하거나 기술 자문을 할 곳을 찾는 기업과 연구소, 교수나 연구원들에게 이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교생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랩바이랩 학생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체계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학교에서 지원금을 받아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창업 맞춤형 사업화 지원 사업에 선정돼 자금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학교에서 산학협력관에 입주하게 해줬지만, 투자자를 만나고 연구실을 찾아다니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4∼8학기 쓸 수 있는 창업휴학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다.

군대도 가야 하고 취업도 준비해야 하는데 창업휴학 하겠다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도 있었다. 김혜진 씨는 “주변에서 ‘대학도 안 나왔는데 무슨 사업? 곧 내려오겠지’라고 생각하니 오기가 생겼다”며 “서로 ‘창업으로 얻고 싶은 것’을 쓰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김종수 씨는 ‘부모님께 인정받고 선물 사드리기’를 적었다.

앞으로 랩바이랩은 국내 다른 대학 연구실까지 3000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유학 오려는 학생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영어로도 만들 방침이다.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세계의 유명 연구실 정보를 모두 수집해 가장 큰 이공계 연구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창업#dgist#랩바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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