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 파괴’ 귀하의 회사는 어떻습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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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5년만에 옛 직급 되살려

포스코가 6년 전 영어로 바꿨던 직급 호칭을 최근 우리말 호칭으로 되돌렸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다음 달부터 서로 “○○○님”이라고 부르기로 하면서 적응 중이다. 기업들의 엇갈린 행보 속에 직급 ‘호칭 파괴’에 재계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23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는 6일부터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이라는 과거의 직급 호칭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 2011년 7월 1일부터 사용했던 매니저(Manager), 팀 리더(Team Leader), 그룹 리더(Group Leader)와 같은 영어 호칭을 5년여 만에 되돌려 놓은 것이다. 2011년 새로운 호칭을 도입하면서 포스코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 정착을 목표로 내세웠다.

포스코가 예전의 직급 호칭으로 돌아간 이유는 “제도가 바뀌었다지만 실제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직원들의 반응에서 잘 알 수 있다. 2011년 이후 매니저와 팀 리더를 정해 뒀지만, 정작 내부적으로는 과장, 차장 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영어 호칭을 회사 밖에서 낯설어하고, 또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어떤 직급에 해당하는지 혼란스러운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호칭만으로 기업의 조직문화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상당수 기업이 호칭이나 직급 체제를 개편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0년 1월 1일부터 서로를 “○○○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CJ그룹은 호칭에서 직급을 떼어 낸 대표 사례로 꼽힌다. CJ 계열사 관계자는 “임원진도 직원을 ‘누구누구님’이라고 부르는 상황이다 보니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다”며 “아무래도 눈치를 덜 보고 좀 더 편하게 의견을 내놓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KT와 한화는 2012년을 전후해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지만 2년가량 운영한 뒤 포스코처럼 원래 제도로 돌아간 경우다. KT 관계자는 “차장급 이하 직원은 서로를 모두 매니저라고 불렀었다”며 “수평적인 느낌은 있었지만 바깥에서 활동하는 영업 파트 등에서는 직급이 없어 답답해한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본격적인 인사 제도 개편을 앞두고 있다. 직급을 기존보다 단순화하면서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다. 삼성전자 직원 A 씨(33)는 “아직 시범 운영 중인데 e메일을 보낼 때는 누구누구님이라고 쓰면서도 직접 얼굴을 보면 직급을 부르게 된다”며 어색해 했다.

많은 기업들이 호칭과 관련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의 경영철학은 물론 사회 분위기와도 연관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리더십, 의사 결정 과정 등 다양한 요소와 더불어 호칭 역시 조직 문화의 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생산성 관리란 측면보다 창의성 발휘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이 수평적 조직 문화란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호칭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포스코#직급#호칭 파괴#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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