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01×의 추억’… 수명 7년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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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100만명 미만으로 줄어
“쓰던 번호 편해서”… “2G요금 저렴” 92만명은 010대신 ‘01× 번호’ 고집
사용기한 2021년 6월 종료 예상… 최대 3년 번호연결 서비스뒤엔 소멸

과거 물류회사 영업 업무를 했던 서울 여의도의 A 차장은 ‘011’ 휴대전화를 계속 쓰고 있다. ‘010’ 스마트폰과 함께 예전 번호를 계속 쓰기 위한 2G(세대) 폴더폰까지 2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011 번호를 버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추억이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열심히 현장을 누비던 ‘과거의 나’를 떠올릴 수 있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뿌렸던 명함에 박혀 있던 번호여서 번호를 바꾸려니 그 사람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거의 10년 만에 옛 거래처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A 차장은 “011 번호를 만들 때 ‘평생번호’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몇 년 내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하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KT의 B 과장은 6년 전 KT가 2G 사업을 종료하면서 01× 식별번호(011·016·017·018·019)를 가진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진땀을 뺐던 경험이 있다. 당시 지방 지점에 속해 있던 그는 섬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를 배를 타고 3번씩이나 찾아가 016 번호를 010으로 바꾸도록 설득해야 했다. ‘그냥 쓰던 번호가 편하다’며 내내 번호 변경을 거부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할머니가 일하던 밭까지 찾아가 설득하던 기억은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추억으로 남았다.

더 이상 가입이 불가능한 01× 식별번호를 유지하는 사람의 수가 100만 명 밑으로 내려갔다. 이동통신의 폭발적 성장기였던 2G 시대의 유물인 01× 번호가 작별을 고할 때가 오래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01× 번호를 유지하고 있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약 92만8000명이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6129만5538명)의 약 1.5%다. 1년 전에는 122만800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에 2만5000명 정도씩 줄어드는 셈이다. SK텔레콤에 77만8000명, LG유플러스에 15만 명 정도가 남아 있다. KT는 2012년 3월 2G 사업을 종료해 01× 번호 가입자가 없다. 정부는 2004년부터 01× 번호로 이동전화 신규 가입을 할 수 없게 하는 등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정책을 시행해 오고 있다.

01× 번호 사용자는 모두 2G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정부는 잠정적으로 2G 이동통신용 주파수 사용 기한을 2021년 6월 30일로 잡아 놨다. 정부는 2G 서비스 종료 결정을 내리는 시점부터 2년간 ‘한시적 번호이동’을 시행하기로 했다. 2G로 쓰던 01× 번호를 3G(WCDMA)나 4G(LTE)로 옮긴 후에도 한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01× 번호 사용자가 010으로 바꾸더라도 ‘번호표시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누군가 01× 번호로 전화를 걸면 바뀐 번호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최대 3년간 쓸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01× 번호는 늦어도 2024년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로서는 가입자가 많지 않고 기술적으로도 뒤처진 2G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부담이다. 인건비는 물론이고 2G 망을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따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2G 서비스 종료 시점을 결정하고 01× 번호 폐지 일정과 관련 조치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KT는 2G 서비스를 종료할 당시 2G 고객들에게 단말기 교체 비용 및 해지 위약금 지원, 요금 할인, 가입비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01×#휴대전화#스마트폰#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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