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한국 스타벅스 다이어리, 흥행대박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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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등 전체매출 9% 차지 비결은

한국 스타벅스에는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자체 디자인팀이 있다. 전체 매출의 9%를 디자인 제품이 차지한다. 스타벅스 대표 디자인 상품인 다이어리(위쪽)와 12간지 텀블러.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한국 스타벅스에는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자체 디자인팀이 있다. 전체 매출의 9%를 디자인 제품이 차지한다. 스타벅스 대표 디자인 상품인 다이어리(위쪽)와 12간지 텀블러.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직장인 성모 씨(28·여)는 이달 6, 7일 이틀 동안 팀원들과 합심해 회사와 각자 동네 근처 스타벅스 매장 20곳을 돌았다. 커피 17잔을 마시고 쿠폰을 모으면 주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였다. 다이어리는 찾아간 매장마다 이미 매진되고 없었다. 점원이 그 대신 음료 3잔을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줬지만 연말 내내 기다린 다이어리가 계속 아쉬웠다.

 매년 연말이면 한국 스타벅스에는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다. 쿠폰을 얻기 위한 구매도 무시할 수 없어 파급 효과가 쏠쏠하다.



 다이어리 증정은 2004년 사은행사로 시작했다. 그러나 판매 요청이 쇄도해 요즘은 일부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 스타벅스 매출에서 매년 9%를 이런 다이어리·텀블러 같은 디자인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음료로 치면 매출 기준 13위 안팎, ‘아이스 카페모카’가 내는 매출과 맞먹는다.

 숱한 음료를 제치고 디자인 상품을 톡톡한 효자 상품으로 만들어낸 건 한국 스타벅스만의 특징이다.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 지사 중 자체 디자인팀이 있는 곳은 본사인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뿐이다. 대부분 본사에서 디자인된 제품을 받아 내놓는 해외 지사들과 달리 한국 스타벅스에서 매년 80% 이상(240여 종)의 제품을 색다르게 내놓을 수 있는 이유다.

 한국에선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내놓기 위해 디자인팀 전담 직원이 3월부터 기획을 시작한다. 공장 제작 과정까지 확인하며 총 200여 가지 디자인 후보를 거쳐 최종본을 결정한다. 17잔을 채워야 다이어리를 주는 원칙은 단골들이 평균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는 것을 기준으로 행사 기간(약 9주)에 맞춰 정했다.

 한국에만 유일하게 있는 상품을 모으기 위해 해외에서 소비자가 몰리는 상황도 빚어진다. 특히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매년 한국 스타벅스가 내놓는 12간지 동물 텀블러를 수집하기 위해 ‘원정 구매’를 오기도 한다. 2013년 3월엔 한정으로 내놓은 ‘체리 블러썸’ 텀블러를 중국인 유학생들이 트렁크 가방에 사재기하는 사태가 벌어져 한국 스타벅스 일일 매출 경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본사 콘퍼런스에서 한국 사례가 언급되고, 자체 디자인 상품을 벤치마킹하려는 해외 지사도 등장했다. 특히 문화권이 비슷한 아시아 지사들에서 디자인 의견을 묻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만에서는 2015년 한국 스타벅스가 크리스마스 상품으로 내놨던 눈사람 텀블러 디자인을 참고해 지난해 보온병 상품으로 출시했다.

 한국 스타벅스 디자인 상품 매출은 매년 5, 6%씩 순증하고 있다. 2015년 대비 지난해 매출은 매장 평균 기준 6.3% 늘었다. 박정례 스타벅스 디자인팀장은 “2013년 처음 팀을 만들 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철학으로 시작했다. 스타벅스의 고급스러운 정체성과 한국 특유의 정서를 함께 담음으로써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스타벅스#흥행#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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