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혁신을 혁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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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업무 평가항목서 ‘생산적 실패’ 추가 검토

‘혁신을 혁신하라.’

삼성그룹이 지난달 말부터 사내(社內) 캠페인을 통해 임직원에게 거듭 강조하고 있는 메시지다.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급부상과 그로 인한 스마트폰 실적 둔화 등 현재 삼성이 직면한 위기를 뛰어넘을 정답은 ‘혁신’에 있다는 의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기업 규모가 커지고 조직원이 많아질수록 혁신을 위한 도전 정신은 약해지기 마련”이라며 “생산적 실패라면 얼마든지 해도 좋으니 두려움을 떨치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달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사내 방송 및 홈페이지를 통해 이 메시지를 공유하고 이에 맞춰 임직원 평가 항목 수정을 검토하는 등 조직 문화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3일 방영된 첫 회에서는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중심축이 이동하며 지각변동 중인 최근 산업계의 흐름을 분석했다.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 덕에 지난해 3분기(7∼9월)만 해도 10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불과 1년 만에 영업이익이 4조 원대로 떨어졌다”며 “불과 1년 새 급변하는 산업계의 흐름에 대한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날 방송에서 미국의 아마존과 테슬라 등 하드웨어 중심 산업에 소프트웨어적 사고로 접근해 살아남은 기업들을 ‘파괴적 혁신’ 사례로 소개했다.

직원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것’도 거듭 주문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전처럼 데이터에 근거해 분석하고 예측할 시간에 경쟁사보다 빠르게 실행하고 그 결과물을 토대로 빠르게 개선해 나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한 조직 문화의 변화도 예고했다. 대기업 안에서도 신생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기업가정신이 가능하려면 일단 실패를 용인해주는 기업 문화부터 정착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를 경험이 많다는 것으로 인정한다”며 “임직원 업무 평가 시 ‘생산적 실패’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에는 최근 몇 년 새 부쩍 커진 회사의 덩치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내부 조직이 늘고 그에 따른 복잡성도 증가하는데, 조직에 맞춰서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삼성은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빠르고 실용적인 업무방식을 꼽았다. 미국 GE의 전사적인 미니멀리즘 경영 방식도 소개했다. GE는 2008년 핵심사업을 6개에서 4개로 줄이고 2012년부터 간소화(simplification)를 임직원 평가지표에 포함시켰다.

14일 방영되는 마지막 회에서는 이 같은 혁신적 기업에 필요한 리더상을 조명한다. 각종 지시와 간섭으로 역량을 저하시키기보다는 조직원들의 숨은 재능을 끌어내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혁신#업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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