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차관 받아 설립된 KAIST, 반세기만에 케냐에 교육모델 수출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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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과학기술원’ 설립 위한 컨설팅 첫 회의 현지서 열려

12일(현지 시간) 케냐 나이로비 인근의 콘자기술혁신도시에서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컨설팅을 위한 첫 회의가 열렸다. 
신성철 KAIST 총장(오른쪽)과 콜레트 수다 케냐 교육부 수석차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의 뒤쪽에 정근모 KAIST
 석좌교수가 보인다. KAIST 제공
12일(현지 시간) 케냐 나이로비 인근의 콘자기술혁신도시에서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 컨설팅을 위한 첫 회의가 열렸다. 신성철 KAIST 총장(오른쪽)과 콜레트 수다 케냐 교육부 수석차관이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의 뒤쪽에 정근모 KAIST 석좌교수가 보인다. KAIST 제공
‘KAIST는 한국의 산업 및 공업기술 발전과 직결돼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한국은 모든 개발도상국에 자극을 주고 희망과 기대가 한데 뭉친 귀감이 될 것이다.’

KAIST 설립 타당성을 조사한 프레더릭 터먼 미국 스탠퍼드대 부총장이 1970년 12월 내놓은 소위 ‘터먼 보고서(KAIST 설립 조사보고서)’의 일부다. 실리콘밸리 조성에도 기여한 그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의뢰로 내한해 현장 조사를 마친 뒤 2000년 무렵의 KAIST와 한국 위상을 이렇게 전망한 것이다. 시기가 다소 늦춰지긴 했지만 터먼 박사의 반세기 전 예측은 12일(현지 시간) 케냐에서 예언처럼 펼쳐졌다.

KAIST는 이날 케냐 수도 나이로비 인근의 콘자기술혁신도시에서 케냐 정부 관계자들과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을 위한 컨설팅 첫 회의를 가졌다. 이로써 KAIST는 교육과 연구, 혁신 모델 등 과학기술 분야 고등교육 서비스를 통째로 이식하는 턴키방식 수출의 첫 역사를 썼다.

회의에는 신성철 총장과 박희경 연구부총장, 프로젝트 총괄담당인 김학성 교수 등 KAIST 인사와 최영한 주케냐 한국 대사, 건축 분야를 담당하는 유태원 선진엔지니어링 부사장, 이건섭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 등이 참석했다. 케냐 측에서는 카마우 투게 재무부 차관과 콜레트 수다 교육부 수석차관 겸 대학교육연구국 차관, 제롬 오치엥 정보통신기술혁신부 차관, 존 타누이 콘자기술혁신도시개발청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방문단에는 KAIST 설립의 주역인 정근모 이 대학 석좌교수(전 과학기술처 장관·현 케냐정부 고문)가 동행했다. 그는 1969년 뉴욕 공대 교수 시절 존 해나 미국 국제개발처장을 만나 KAIST 설립의 당위성을 역설해 터먼 조사단의 방문을 이끌어냈다. 당시 국제개발처에서 600만 달러의 차관을 받아 KAIST를 건립한 한국 정부는 이번에 케냐 과학기술원 건립비용 전액(9500만 달러·약 1070억 원)을 국내 차관(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제공한다. KAIST는 터먼 보고서 예측대로 과학기술 동력으로 근대화를 앞당기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떠올라 2030년 중진국 진입을 목표로 잡은 케냐 정부의 러브콜을 받았다. 케냐 정부는 콘자기술혁신도시를 ‘아프리카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기로 하고 그 핵심 사업인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을 KAIST에 맡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공적개발원조(ODA)의 방향을 과학기술 경험과 역량을 개도국에 집중 전수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온 터였다.

케냐 과학기술원은 2022년 200명의 신입생으로 개교할 예정이다. KAIST는 앞으로 3년간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기계, 전기 및 전자, 정보통신기술(ICT), 화학, 토목, 농업생명 등 6개 공학 분야 학과와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공통 기초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 준다. 또 교육과 실험 및 일반 기자재를 공급하고 산학협력을 포함한 대학 경영계획 분야의 컨설팅도 수행한다.

신 총장은 13일 나이로비대에서 아미나 모하메드 케냐 교육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KAIST, 빠른 국가발전의 핵심 엔진이 되다’ 특강에서 “KAIST가 반세기 만에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선도대학으로 도약해 성공적인 발전모델을 전수하게 됐다”며 “케냐 과학기술원이 첨단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성장해 우리의 ODA 차관사업이 성공 사례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KAIST는 이번 케냐 과학기술원 설립 지원으로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등 중동 및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의 고등교육 서비스 수출 요청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AIST는 1990년 개교한 일본과학기술원(JAIST)과 1991년 문을 연 홍콩과기대 및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데 이어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도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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