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커피’ 성공시대 활짝 연 이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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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3000원대 메뉴로 입지 굳혀

스타벅스를 비롯한 프리미엄 카페들이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중저가 브랜드인 이디야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스타벅스 돌풍 이후 크게 늘었던 프리미엄 카페들은 대부분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저가를 무기로 내세운 카페 이디야는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업계 추산에 따르면 연매출 기준으로 상위권 프리미엄 카페 프랜차이즈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엔제리너스,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이다. 모두 스타벅스와 같이 주력 메뉴 가격을 4000∼5000원대로 책정한 곳들이다.

1위인 스타벅스와 ‘디저트 카페’로 차별화하고 있는 2위 투썸플레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는 성장 정체에 빠졌다. 대표적인 토종 카페 브랜드였던 카페베네를 포함한 다른 프리미엄 카페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카페베네와 엔제리너스는 지난해까지 3년간 점포 수가 꾸준히 감소했다. 2014년 928개였던 카페베네 점포는 지난해 805개로, 927개였던 엔제리너스 점포는 890개로 줄었다. 탐앤탐스도 2015년(466개) 대비 지난해(459개) 점포 수를 축소했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가 매년 100개 이상씩을 새로 여는 데 반해 카페베네와 엔제리너스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는 10∼30개 증가에 그쳤다.

매출액도 대부분 현상 유지 수준이었다. 카페베네와 탐앤탐스는 2015년 대비 지난해 매출액이 감소했다. 엔제리너스도 2015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줄어든 이후 지난해에도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한때 점포 수 900곳을 돌파하며 ‘바퀴베네’라 불릴 만큼 확장세가 빨랐던 카페베네는 지난해 영업 손실 134억 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같은 기간 2000∼3000원대 메뉴를 주력으로 내세운 이디야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점포 수 2000개를 돌파하며 급속 성장했다. 매출액도 매년 10∼20%씩 늘었다. 지난해 이디야 본사 매출(가맹 수수료 등)은 1535억 원, 가맹점에서의 소비자 판매 매출은 약 3950억 원이었다.

이디야의 성공은 ‘스타벅스와의 선 긋기’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높은 가격대와 프리미엄 음료 정책을 고수했던 다른 카페들과 달리 이디야는 중저가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자체 개발해왔다.

제1원칙은 신제품을 신선하게 만들되 제조는 간단하게 하고 원재료는 싸게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에이드 제품을 출시하면서 타사처럼 탄산수 제조기를 사용하면 가맹점마다 기계를 설치하는 비용이 들고, 대용량 탄산수를 사면 탄산이 조금씩 빠져나가 에이드 품질이 나빠지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디야는 이탈리아 탄산수 업체 한 곳을 자체 발굴해 한 잔 분량으로 개별 포장한 탄산수 제품을 납품 받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출시 20일 만에 20만 잔이 팔려나갔던 니트로(질소 주입) 커피도 독창성을 보인 사례다. 스타벅스처럼 본사에서 전용 머신을 납품받아 설치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디야는 원래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던 휘핑크림 기계에 질소 카트리지를 넣고 전용 탭을 끼워 쓰는 방법을 택했다. 스타벅스 ‘나이트로 콜드브루’가 톨 사이즈 기준 5800원인 반면 이디야 ‘리얼 니트로 커피’가 3900원일 수 있는 이유다.

최정화 이디야 연구개발(R&D)센터 부장은 “스타벅스에 가는 사람과 이디야에 가는 사람은 원하는 바가 다르다”며 “우리도 고난도 음료를 만들어 팔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합리적 가격과 쉬운 제조 과정을 중요시하면서도 적정 수준의 맛이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디야는 지난해 4월 자체 R&D 연구소인 ‘이디야커피랩’을 열었다. 지난해 경상연구개발비는 13억7900만 원으로 스타벅스코리아(2억2500만 원)를 훨씬 웃돌았다. 그만큼 제품 개발 과정의 초기 R&D에 집중 투자한다는 의미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업종 내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독보적 1위와 경쟁을 피하는 ‘선긋기 전략’이 나머지 브랜드가 살아남는 전략이다. 이디야는 이를 성공시켜 스타벅스와 만나지 않는 가성비 시장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곽도영 now@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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