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기업의 미래]스판덱스 업계의 ‘절대강자’ 효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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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신설·인수 등 대대적 투자


1988년 베이징에 무역사무소를 열고 중국으로 본격 진출한 효성은 현재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영업·구매 등 모든 사업 부문에 걸쳐 현지 인력을 과감히 채용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다양하게 벌이는 중이다.

효성은 중국에 섬유 스판덱스 공장 3곳, 타이어코드 공장 3곳, 중공업 변압기 공장 2곳과 나일론 필름공장 등의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중국 법인에서 임직원 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매년 1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대규모 투자로 ‘절대 강자’ 등극

효성의 중국 진출 전략은 현지 생산체제를 갖춰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중국 밖의 세계 고객들에게까지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효성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내수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대비해 현지에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해 왔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를 보유한 효성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2000년에 중국 현지공장 체제를 구축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에서 생활필수품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리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당시 중국의 스판덱스 수요가 3만 t이었던 데 비해 그 무렵까지의 생산량은 1만7000t밖에 안 된다는 점도 작용했다.

효성이 중국에 제일 먼저 세운 공장은 2001년 설립한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의 스판덱스 생산시설이었다.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적절한 때에 투자를 벌인 효성의 중국 진출 전략은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저가 모방상품들이 등장해 시장 점유율을 갉아 먹는 골칫거리가 생겼다. 이때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오히려 공장 생산량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결론적으로 광둥(廣東) 성 주하이(珠海) 시의 공장 준공, 동국무역의 스판덱스 공장 인수로 이어진 대대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효성은 스판덱스 업계의 ‘절대 강자’로 거듭나게 됐고 경쟁업체를 따돌릴 수 있게 됐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우리 스판덱스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런 대규모 투자를 벌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중국 최대의 스판덱스 업체가 된 효성은 세데니어 원사와 같은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이면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효성이 세계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확보한 폴리에스테르 타이어코드 부문 투자도 스판덱스와 닮은꼴이다. 1990년대 말부터 효성은 중국, 베트남, 터키 등에 생산기지를 세웠고, 안정적인 공급량과 품질을 바탕으로 미쉐린, 굿이어와 같은 세계 유수의 타이어회사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매출을 꾸준히 늘릴 수 있었다. 효성은 2004년 저장 성 자싱 시에 폴리에스테르 타이어코드 공장을 준공했고 칭다오(靑島)에 스틸코드 공장을 설립했다. 2011년에는 일본의 스미모토와 함께 난징(南京)에 스틸코드 합작법인을 세워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사회적 책무 다하는 기업 목표”

효성의 다른 사업 부문도 속속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중공업 부문은 2004년 중국 허베이(河北) 성 바오딩(保定) 시에 중국 1위 변압기 회사인 바오딩톈웨이(保定天威)집단과 배전변압기 합작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2006년에 난퉁우방변압기회사를 인수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효성 측은 앞으로 화학, 첨단섬유, 타이어보강재 및 중전기 분야에서 중국 투자를 계속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효성은 중국에서 단순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외국계 기업이 아닌, 일자리 창출과 인재 육성,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 애쓰고 있다. 2007년부터 자싱법인을 통해 상하이둥화(上海東華)대학과 섬유기술 연구에 대한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이 대학 장학생에게 한국 유학을 지원하고 있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에서는 자싱학원 학생들을 초청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한글학교를 운영했다.

또 자싱 시 인근 학교에 2011년부터 매년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2008년 쓰촨(四川) 성 대지진 때에는 중국 현지법인 3곳에서 200만 위안(약 3억7500만 원)을 중국 홍십자사에 기탁하고 이와 별도로 50만 위안을 모금했다. 지난해 쓰촨 성 지진 때에도 모두 70만 위안을 전달했다.

미국 유학파이면서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맡기도 한 조석래 회장은 중국 정계와 재계 인사들과의 친분이 두텁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시절인 2008년에는 한국을 찾은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두 나라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2009년 시진핑(習近平) 당시 국가부주석이 방한했을 때에도 양국간 교역과 투자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는 효성의 중국 진출 초기인 2000년대 초반부터 친분을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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