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모델 호텔리어들 “근무중 콕 찍혀 호텔얼굴 됐죠”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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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라자호텔 최난주 대리, 르네상스서울호텔 이순우 사원, JW메리어트호텔 곽연정 사원, 인터컨티넨탈호텔 이세나 주임(왼쪽부터). 사진 제공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프라자호텔 최난주 대리, 르네상스서울호텔 이순우 사원, JW메리어트호텔 곽연정 사원, 인터컨티넨탈호텔 이세나 주임(왼쪽부터). 사진 제공 인터컨티넨탈호텔
“임신 3개월이었지만 두 눈 딱 감고 수영장에 뛰어들어 포즈를 잡았지요.”(인터컨티넨탈호텔 홍보실 이세나 주임)

“2시간 넘게 한복 입고 웃으면 입에서 경련이 나요.”(르네상스서울호텔 이순우 사원)

특급 호텔의 캘린더와 각종 홍보물에 등장하는 미모의 여인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단아한 모습에서 수영장의 ‘섹시 콘셉트’까지 소화하는 이들은 전문 모델이 아니다. 호텔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들이다.

호텔은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 또 직원만큼 회사 이미지를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외부 모델보다 사내(社內) 모델을 더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모델 보수는 물론 없다. 그래서 애사심(愛社心)이 없으면 ‘이 짓’ 하기 어렵다고 한다.

○ 애사심이면 사내 모델 OK

서울프라자호텔의 사내 모델 최난주 대리는 2년 전 ‘밸런타인데이 객실 패키지’ 모델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호텔 객실에서 남자 사내 모델과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다음 날 객실 홍보용 사진이 주요 언론 매체에 크게 실리면서 ‘남자친구 언제 생겼느냐’는 전화가 이곳저곳에서 걸려 왔다.

“그 정도면 괜찮았게요? 같이 포즈를 취한 남성 모델이 유부남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혹시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최 대리는 신입사원 때 외식 이벤트 모델이 필요하다고 해서 얼떨결에 카메라 앞에 선 게 벌써 4년이 됐다고 말한다.

JW메리어트호텔 사내 모델 곽연정 사원은 우연히 미국 본사 촬영팀의 눈에 띄어 회사의 ‘얼굴’이 됐다. 그녀는 이 호텔을 홍보하는 해외 여행전문잡지 광고와 주요국 공항의 대형광고물에도 자주 등장한다.

얼굴을 알아보고 ‘정말 이 호텔에서 일하느냐’고 말을 걸어오는 투숙객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한다. 그 덕분에 그녀가 일하는 이 호텔의 ‘익스체인지 바’ 매출도 쑥쑥 오른다고 자랑했다.

곽 씨는 “맛있게 먹는 척하는 포즈 취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저를 알아보는 외국 손님을 볼 때마다 마치 회사의 대표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 카메라 앞에서는 프로정신

“사내 모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죠?” 이런 질문을 던져 봤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 있는 표정”이라고 했다.

르네상스서울호텔 사내 모델 이순우 사원은 “처음에는 시키는 대로 찍었지만 이제는 거울을 보면서 어떤 각도로 사진을 찍어야 예쁜 모습이 나오는지 연구한다”며 웃었다.

회사 이미지에 맞는 ‘스타일링’도 필수다. 따로 코디네이터나 연출가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프라자호텔 최 대리도 “회사의 얼굴이란 생각에 평소 행동을 조심한다. 피부 관리와 옷값 등 ‘품위 유지비’가 많이 들어 고민이지만 사내 모델 일이 즐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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