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도 잘 안팔려요” 부동산 거래 절벽 서울 전역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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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6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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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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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 막혀서 집을 사려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9·13부동산대책 나오고 나서 매매거래가 뚝 끊기니까 요즘은 토요일도 쉬는 중개업소가 꽤 있다니까요.”(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서울 아파트 거래가 큰 폭으로 줄면서 매매거래지수가 약 6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매매시장이 완연한 불황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달 신고 된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도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될 3기 신도시의 입지에 따라 서울 집값 하락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KB국민은행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지수는 1.7로 전주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2013년 1월 7일(1.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지수는 서울 시내 중개업소 약 1000곳을 대상으로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 설문한 결과를 지표화한 것이다. 올해 8월 27일(65.7) 연중 최고치를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을 탔다. 그만큼 중개업소에서 체감하는 ‘거래절벽’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가격이 급등한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와도 좀처럼 매수세가 붙지 않는 분위기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호가가 19억5000만 원까지 올랐던 잠실주공아파트 5단지 아파트(전용면적 76㎡)가 최근 2억 원 넘게 빠진 17억3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는데 팔리지 않고 있다. 저층이긴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벌써 매수자가 여러 명 붙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일부 대형 매물은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가격이 내렸다. 9월 22억3000만 원에 팔린 반포리체(전용 84㎡)가 지난달 19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고 했다. 그는 “9·13대책 이후 매매거래를 중개한 건 세 손가락에 꼽는다. 가게 임대료라도 건질까 싶어 전월세 계약이라도 하려고 문을 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구 이촌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서부 이촌동은 전체적으로 거래가 실종된 것 같다. 9·13대책 이후 석 달간 2건 밖에 매매계약을 못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1~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하루 평균 97건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거래량이 두 자릿수인 달은 없었다. 집값 하락세도 이어져서 KB국민은행 주간 동향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이 이번 주 보합으로 바뀌었다.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온 한국감정원, 부동산114에 이어 ‘부동산 3대 가격지표’가 모두 상승세를 멈춘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시장 분위기를 바꿀 호재가 없어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서울 집값이 단기간 이상급등한 데다 내년에 거시경제 악화, 금리인상 압박 등이 이어져 장기적으로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하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약세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발표될 신도시 후보지가 서울과 가깝고 역세권이라면 오히려 내년 집값 하락폭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도 “단기적으론 국지적 반등이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3기 신도시가 서울 집값 안정세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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