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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예산 줄자 일자리 한파… 4050 건설기술자들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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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예산 줄자 일자리 한파… 4050 건설기술자들 ‘덜덜덜’

강성휘기자 입력 2018-01-04 03:00수정 2018-01-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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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동안 대형 건설사에서 토목 일을 하던 윤석원 씨(49)는 두 달 전부터 권고휴직 중이다. 사실상 회사를 나가라는 통보다. 이직을 결심하고 감리회사 등에 경력직을 알아봤지만 허탕이었다. 수소문 끝에 다음 달부터 경남의 한 소규모 건설사에서 비정규직 영업사원으로 일하기로 했다. 윤 씨는 “세상이 급변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력과 기술사자격증이 쓸모가 없어졌다”며 “마치 유배를 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토목업계에 일자리 기근이 이어지면서 ‘4050’ 기술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들고 토목 경기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그간 건설업을 지탱해온 주택 건설 분야도 올해를 기점으로 내리막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구조조정 바람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건설기술학원 찾는 4050

지난해 12월 말 서울 강남의 한 건설기술자격증학원. 건설안전기술사자격증 수업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자리를 맡으려는 중년 수강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낮 12시가 되자 80명 규모의 강의실이 가득 찼다. 몇몇은 집에서 싸온 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웠다. 조준호 서울기술사학원 부원장은 “구조조정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토목시공기술사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자격증을 추가로 따려는 현직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늦깎이 수험생활에 뛰어든 건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 SOC 예산 감소 추세와 해외건설 실적 부진으로 건설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생긴 변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SOC 예산이 줄면서 사라진 일자리는 2011년 이후 4년 동안 17만1000여 개에 이른다. 올해도 중앙정부 SOC 예산이 작년보다 14% 줄면서 약 4만3000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경기가 호황일 때는 감리회사 등으로 재취업이 쉬웠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여의치 않다. 토목업계는 철도, 항만 등 공공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어서 다른 분야에 비해 예산 감소에 따라 일감이 줄어드는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정리해고를 당해 다른 회사로 옮겼다가 얼마 못 가 다시 정리해고를 당하는 사람도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여러 회사를 돌며 구조조정 위로금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위로금 헌터’라는 자조가 유행할 정도”라고 전했다.

토목 시공사나 감리회사는 민간기업 출신보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출신 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출신들이 이를 악용해 경력을 허위로 신고하는 일도 늘면서 업계에서는 “얼마 있지도 않은 재취업 자리마저 ‘관피아(관료+마피아)’에게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실시한 감사 결과 공공기관 출신 건설기술자 중 32%(1693명)가 허위로 경력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 일자리 한파 건설업 전체로 확산 우려


SOC 예산 축소와 더불어 해외건설 수주 감소, 국내 건설 경기 악화 등 3중고(苦)로 인해 4050 건설업 기술자들의 실직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시장은 수주액이 2년 연속 300억 달러를 넘지 못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그나마 건설업계를 지탱해온 주택 시장마저 규제 강화, 입주 증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크게 위축되면서 올해 국내 건설 수주액은 2014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본부 관계자는 “당장 올해 입주를 마치는 현장에 있는 인력들이 갈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정부 들어 보유세 인상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진짜 올해는 위험하겠구나’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 종사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익명 애플리케이션 게시판에는 퇴직할 때 챙겨야 하는 서류나 밟아야 할 절차를 묻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나경연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건설업체 체감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토목을 포함한 건설업계 전반으로 일자리 감소 흐름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80.1로 전월보다 1.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CBSI가 100 아래로 많이 떨어질수록 건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soc#예산#일자리#건설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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