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하면 직원 3분의1이 백만장자…일 하겠나

  • Array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저커버그 “일 제대로 하겠나” 전전긍긍8년전 구글 상장때도 “도전의식 실종” 이직사태

“집중하라, 계속 만들어내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기업공개 신청 직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자신의 책상 모습. 컴퓨터 옆에 ‘집중하라, 그리고 계속 만들어내라(Stay Focused & Keep Shipping)’는 문구가 커다랗게 적힌 패널이 놓여 있다. 허핑턴포스트 출처
“집중하라, 계속 만들어내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기업공개 신청 직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자신의 책상 모습. 컴퓨터 옆에 ‘집중하라, 그리고 계속 만들어내라(Stay Focused & Keep Shipping)’는 문구가 커다랗게 적힌 패널이 놓여 있다. 허핑턴포스트 출처
‘집중하라, 그리고 계속 만들어내라(Stay Focused & Keep Shipping).’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50억 달러(약 5조6000억 원)에 달하는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직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한 글귀다. 그는 이 글귀를 적은 패널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어 올렸다. 페이스북이 성공적인 상장회사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창의적 생산성이 지속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페이스북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급격한 인재 유출(Brain Exodus)로 창의적 기업문화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IPO 대박으로 페이스북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0명의 스톡옵션 가치가 1인당 1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백만장자 대열에 올라선 직원들이 이직하거나 인생을 즐기기 위해 사표를 낼 가능성에 대해 페이스북 측이 벌써부터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장 후 유능한 인재들이 대거 이탈해 생산성 감퇴를 경험한 구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고 한다.

저커버그도 이번에 SEC에 제출한 183쪽짜리 IPO 신청서에서 “상장 후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된 직원들은 계속 회사를 다닐지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인재 유출 가능성을 위험요소로 걱정한 바 있다.

페이스북은 사내 주주 스톡옵션에 대해 상장 후 6개월 후부터 매각을 허용한다. 3일 허핑턴포스트는 “상장회사 인재 이탈은 대개 상장 후 2∼4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많은 전문가는 페이스북의 경우 앞으로 2년 내 직원의 30% 정도가 회사를 그만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채널A 영상] 27조 돈방석 앉은 27세 청년 마크 저커버그

실제로 하버드대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첨단회사들은 상장 후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서 혁신력의 50%가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가 떠나고 남은 직원들까지 의욕을 상실하고 투자자들의 감시를 받게 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단기적 투자수익 위주로 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2004년 상장 후 장기적 혁신 전략보다는 수익에 치중하게 되면서 실망한 직원들이 좀 더 창의력이 보장되는 회사로 옮겨갔다.

역설적으로 현재 페이스북 성공을 일궈낸 대부분의 인재들이 구글에서 옮겨온 사람들이다. 저커버그의 오른팔로 통하는 셰릴 샌버그 최고운영담당자(COO)는 구글 부사장을 지내다 2008년 옮겨왔으며 그레그 바드로스 기술담당 이사도 구글 출신이다. 구글 지도 등 창의적 서비스를 만든 라스 라스무센은 “구글의 거대한 확장 전략 속에서 더는 일하기 힘들다”면서 2010년 페이스북으로 이직했다.

저커버그는 IPO 신청 후 회사 분위기 쇄신을 위해 사업성이 없는 서비스를 철수하고 모바일, 광고 등 핵심 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그는 6일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편지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라며 “페이스북의 창의적 정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벡 와드후아 듀크대 경영연구센터 이사는 “페이스북이 혁신력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거의 확실한 사실”이라며 “직원들의 이직 물결에 대처하기 위해 회사가 어떤 전략을 내놓는가가 페이스북 경영진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