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층 운전면허 왜 안따나 알아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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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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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직장인 이모 씨(30·서울 강동구)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회사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급하면 택시를 탄다. 이 씨는 “굳이 면허를 따서 차를 몰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차 유지비로 쓸 돈이 있으면 취미생활에 더 쓰겠다”고 말했다.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이 씨는 헤드폰, 태블릿PC와 같은 정보기술(IT) 기기에 용돈의 대부분을 쓴다.

젊은 운전자가 줄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확산되면서 젊은층의 관심사가 자동차에서 IT 기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용불안으로 소득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 한미일, 젊은 세대 車 관심 줄어


8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새롭게 운전면허를 따는 성인 가운데 25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19.2%에서 지난해에는 13.9%로 낮아졌다. 이 연령대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4%(2005년)에서 7.5%(2010년)로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젊은층이 점점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 따르면 미국의 16∼19세 인구 중 운전면허 보유자 비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1983년에는 19세 인구의 87%가 운전면허를 갖고 있었지만 2008년에는 75%까지 내려갔다. 일본도 18, 19세 전체 인구 중 운전면허 보유자 비율은 2002년에는 36.5%였지만 지난해에는 33.3%에 그쳤다. KARI는 “각국의 차량 판매량은 꾸준하지만 운전과 차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원인은 ‘스마트폰과 취업난’


젊은층 운전자가 감소하는 것은 ‘차보다 더 싸고, 더 재미있는’ 존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IT 기기는 차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싸다. 게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음악 감상, 인터넷 서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고 어디를 가든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다. 곽태윤 KARI 주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차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고, 성인임을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현재는 IT 기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며 “미국 18∼24세의 46%가 ‘자동차보다 스마트폰을 갖고 싶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인터넷, SNS와 함께 성장한 세대다.

여기에 취업난, 비정규직 확산 등으로 젊은층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성영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전 한국소비자학회 회장)는 “차, 주택 등 장기 지출이 필요한 제품은 미래 예상 소득이 낙관적이어야 살 수 있다”며 “취업난 등으로 인해 세계의 젊은층을 지배하는 정서는 ‘불안’인 데다 설령 취업을 했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소득을 낙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후 차 구입’이라는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성 교수는 또 “과거 젊은층이 차를 통해 충족하고자 했던 자기 표출 욕구를 이제는 값이 더 싸고, 개인을 더 잘 표현해주는 IT 기기와 명품 시계 등을 통해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자동차 회사, ‘젊은층을 운전석으로’



이런 흐름에 자동차 회사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기적으로는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일본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30일 도쿄 모터쇼에서 “젊은층의 차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들의 관심을 다시 끌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가 최근 인기 만화 캐릭터인 ‘도라에몽’을 홍보 모델로 내세운 것도, 보급형 스포츠카인 ‘86(하치로쿠)’을 내년 1월부터 판매하는 것도 “차와 운전은 친숙하고 매력적이다”란 메시지를 젊은층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 역시 올해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인 ‘프리미엄 유스 랩(PYL)’을 선보이고, 첫 모델로 독특한 디자인의 ‘벨로스터’를 내놨다. 현대차는 내년에 PYL 브랜드 마케팅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방식과는 다른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젊은층의 감성에 부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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