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30년 뒤를 위한 삼성의 선택은?

  • Array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위로부터의 혁신’에 익숙한 조직 문화
실패를 장려하도록 제도적 혁신 못하면 성장동력은 점점…


지난달 24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복귀 소감에서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강력한 혁신 바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2년 전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 앞으로 삼성의 미래는 자율과 창의, 아래로부터의 혁신에 달려 있다는 안팎의 분석이 많았다. 당시 삼성의 한 전자계열사 대표는 “모두의 실천적 참여와 집단 지성을 통해 새로운 다이내믹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은 아래로부터의 창조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삼성이 머뭇거리는 사이 애플과 같은 경쟁자들은 창의성과 개방성을 무기로 게임의 룰을 바꾸는 파괴적 혁신을 들고 나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경영학 원론으로 돌아가 보자. 경영자가 자율과 창의성을 강조해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으면 직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또 인사·보상 제도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직원들에게 과거와 다른 행동 양식을 요구한다면 변화는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예컨대 삼성생명은 2008년 직원들이 넥타이를 매지 않도록 했다. 얼마 전에는 티셔츠와 면바지 차림의 캐주얼까지 허용했다. 임직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북돋우자는 취지에서였다. 이런 조치를 통해 삼성생명이 거둔 성과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외형적 변화가 실질적인 변화로 연결되기까지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캐주얼을 입더라도 과거의 인사 관행과 조직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진심으로 변화에 나서는 직원들은 소수에 그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는 혁신 전담팀을 설치하고 우수 인력을 차출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더라도 창조적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어렵다.

삼성은 여전히 계열사와 사업부 단위의 단기성과를 기초로 한 외재적 보상을 중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른 장점도 많겠지만 계열사 간 협력이나 외부와의 협업을 통한 개방형 혁신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은 과거 금융계열사 간 공동 마케팅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은 또 1984년부터 GE와 합작해 의료기기 사업을 추진했지만 다른 사업 부문에 비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GE와 결별했다. 개인 간, 회사 간 경쟁에서 탁월했던 삼성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y)’이 외부와의 협력에서는 ‘핵심 경직성(core rigidity)’으로 변해 성장의 걸림돌이 된 사례다.

위로부터의 혁신에 익숙한 삼성이 아래로부터의 혁신이나 개방형 혁신을 위한 새로운 도구를 도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협업을 촉진하는 조직 문화, 실패를 용인하는 것을 넘어 실패를 장려하는 혁신적 제도를 구축하지 못하면 이런 노력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 기존의 단기성과 중심의 점진적 혁신이 아니라 신시장 탐색 관점에서 혁신적 사업 모델을 발굴할 조직을 만들어 힘을 실어줄 필요도 있다.

이 회장의 복귀 이후 삼성은 최대 장점인 적시 의사결정과 대규모 투자 역량을 살려 다시 성장의 시동을 걸 것이다. 하지만 20년, 30년 후의 먼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조직의 DNA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조직문화의 변화와 정착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CEO의 결단이 필수적이다.

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2010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Special Report/애플은 안 하지만…시장조사는 경영 나침반


시작이 반이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시작’에 해당하는 게 바로 시장조사다. 하지만 애플은 변변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도 굴지의 히트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또 코카콜라는 시장조사에 무려 400만 달러나 지출했지만 고객들의 욕구와 동떨어진 신상품을 출시했다가 거센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코카콜라는 ‘전통’,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정서적인 애착’을 간과했다. 그 대신 단편적인 콜라 맛의 음미자로만 고객을 바라보고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코카콜라는 달콤한 맛을 내세운 펩시콜라와의 전면전에서 이기기 위해 ‘뉴 코크’라는 신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코카콜라는 고객의 눈을 가리고 맛보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해 소비자들이 뉴 코크를 선호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고객들로부터 진짜배기(the real thing)를 보존하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시장조사를 할 때 제품의 기능적 측면만 중시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인 가치 등 무궁무진한 고객의 욕구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정형화된 설문에만 의존해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호 DBR는 ‘입체적’이고 ‘정확’하게 시장조사를 할 수 있는 실전 솔루션을 실었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리뷰/예측 불가의 세상, 코코넛 위기에 대비하라


프랑스의 유명 공대 졸업생으로 파리에서 회사를 다니는 피에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매일 파리 지하철을 타고 출근 소요 시간을 기록했다. 일일 파업으로 열차 도착이 지연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지하철 승강장이 관광객으로 넘쳐나서 지하철을 놓칠 때도 있다. 하지만 피에르의 통근 시간은 평균치인 43분 주위에 밀집되어 있고, 기껏해야 몇 분의 편차가 나타났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지하철 불확실성’이라 부른다. 회사에 매우 중요한 일이 있다면 조금 일찍 출발해서 ‘지하철 불확실성’으로 인한 지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피에르가 태국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다. 그늘을 찾아 야자수 아래에 앉아 있었는데 코코넛이 머리에 떨어졌다.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은 사건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이는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기이한 일을 가리키는 이른바 ‘코코넛 불확실성’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지하철 불확실성과 코코넛 불확실성이 혼재한다. 비즈니스에서 완벽하고 정확한 예측을 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또 통계적인 규칙성이 있다고 해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예측을 추구하기보다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태에 대비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DBR는 ‘코코넛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비해야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소개했다.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메디치-다빈치 코드: 이 손가락을 보라!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그가 그린 생애 마지막 작품인 ‘성 세례 요한’은 짙은 어둠 속에서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고 있다. 성 세례 요한은 예수 탄생 6개월 전에 태어나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했던 선지자다. 성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살았기 때문에 낙타털로 만든 옷을 입고 갈대로 만든 십자가 지팡이를 들고 등장한다. 그런데 다빈치의 그림에서 성 세례 요한은 오른손 검지를 하늘로 향해 세우게 했다. 성 세례 요한의 사명은 메시아 예수를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손가락 역시 예수를 가리켜야 한다. 하지만 다빈치의 그림 속의 성 세례 요한은 독특하다. 왜일까. 비밀의 열쇠는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과 관련이 있다. 오랜 기간 르네상스 시대를 연구한 연세대 김상근 신과대학 교수가 손가락 코드의 비밀을 들려준다. 메디치 가문의 스토리는 창조 혁신을 추구하는 현대 경영자들에게 깊은 통찰력을 안겨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