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뛰는 걸 잊을 정도로 몰입할때, 승리 다가와”

  • Array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밝히는 자기계발 비법
욕심은 금물
초반 스퍼트 후반 갈수록 처지게 돼
‘몸이 별로’라고 느낄때 더 좋은 성적

내 사랑 마라톤
‘진인사대천명’ 극명하게 보여줘
조건 불리? 남보다 더 노력하면 돼

영원한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는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힘들어도 더 달리고 싶은 단계를 넘어서 달리는 걸 잊을 정도의 극한 몰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영원한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는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힘들어도 더 달리고 싶은 단계를 넘어서 달리는 걸 잊을 정도의 극한 몰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러너스하이(runner’s high·고통스러운 순간을 참고 운동을 계속할 때 어느 순간 나타나는 행복감)요? 그건 일반인들 얘기죠. 선수들은 그 기분을 잘 몰라요. 달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정도로 극한의 몰입 단계까지 도달해야 하니까요.”

러너스하이를 자주 느꼈기에 그 힘든 마라톤을 20년간 할 수 있었느냐는 기자의 ‘우문’에 국민 마라토너가 내놓은 ‘현답’이었다. 작년 10월 은퇴한 ‘봉달이’ 이봉주 선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극한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마라톤을 하려면 완전한 몰입과 욕심을 버리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평생 공식 대회에서 15회 정도만 완주하는 다른 세계 유명 선수들과 달리 평발과 짝발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무려 41회를 완주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선수와의 인터뷰 전문은 DBR 52호(3월 1일자)에 실려 있다.

―은퇴를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입니까.

“작년 1월부터 3월까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때에는 어떻게 운동해야 제가 의도한 시간대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작년에는 의도했던 시간대를 맞출 수 없더군요.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욕심을 부리면 안 되기에 깨끗이 접었습니다.”

―왜 욕심을 부리면 안 되나요. 스포츠에서 승부 근성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페이스를 제대로 지키면서 뛰는 겁니다. 초반에 스퍼트를 올리다 후반에 처지는 선수들이 많아요. 선두와 거리가 벌어졌다고 갑자기 속도를 내면 한 번에 나가떨어질 뿐입니다.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야죠. 일단은 자신의 기록에서 1초를 앞당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1초가 모여 1분이 되고, 10분이 됩니다. 욕심을 부린다고 당장 기록을 5분, 10분씩 줄일 수는 없거든요.

저 역시 경기 전 ‘오늘 몸이 별로인데’라고 느꼈던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워낙 덥고 습한 곳이라 몸이 무거웠는데 결과가 좋았어요. 반면 몸 상태가 좋다고 느끼면 ‘오늘 뭔가 보여 주겠다’는 욕심에 일을 그르칠 때가 많았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간발의 차로 은메달을 땄습니다. 그때 욕심을 부렸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요.

“당시 25km 지점에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시아 투과네 선수가 치고 나가면서 간격이 벌어졌어요. 조금씩 격차를 좁히긴 했지만, 끝내 따라잡지 못하고 3초 차로 은메달을 땄죠. 100m만 더 남았더라도 따라잡을 수 있었겠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그 대회가 제가 오랫동안 뛸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겁니다. 그때 은메달을 땄기 때문에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할 수 있었고, 계속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1등을 했더라면 은퇴 시기가 훨씬 빨라졌을 겁니다.”

―지난 20년간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나요.

“물론 힘든 시간이 있었죠. 부상, 슬럼프, 소속팀 문제도 있었고, 시드니 올림픽 때는 다른 선수와 부딪쳐 넘어지기까지 했는데요. 하지만 힘들다고 해 봐야 달라질 게 있나요? 예전 동료 중 운동이 끝나면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친구가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연습 때는 성적이 괜찮은데 경기 때는 한 번도 좋은 성적을 못 내더군요. 말이 씨가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라톤에는 코스, 날씨, 장소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굉장히 많습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기록 보유자가 우승한 적도 거의 없어요. 결국 자신이 준비할 건 다 준비해 놓고, 최선을 다한 후, 모든 여건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운동이죠.”

―선수들이 그냥 달리는 듯 보여도 치열한 전략 대결을 한다면서요.

“전략도 중요하지만 자신감과 당당함이 더 중요합니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기록이 쟁쟁한 선수, 동양인보다 신체 조건이 좋은 선수가 많아요. 모든 경기 때마다 신체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도 없고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실제로도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세뇌시켜야 합니다.

마지막 경기였던 작년 전국체전 때 사실 저는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후배들이 서로 눈치만 보면서 소극적으로 뛰더군요. 그러면 전반적인 기록만 나빠져요. 앞에 선수가 몇 명 있건 말건 나는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뛰어야 합니다. 저는 경기 중에 시계를 거의 안 봅니다. 시계를 자주 보면 불안해지거든요. 생각을 비워야죠.”

―평발과 짝발이라는 불리한 신체 조건을 지녔습니다. 약점을 의식한 적은 없나요.

“고등학교 때가 돼서야 제가 평발이란 걸 알았어요. 특별히 발이 불편하다고 느껴본 적도 없고요. 신체 조건이 불리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불리하다면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죠.”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2호(2010년 3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Issue Highlight/‘늙은 일본’ 경영에서 ‘젊은 한국’이 얻을 것
끝없이 이어지는 불황, 일본식 경영의 상징인 도요타의 위기, 국적 항공사 일본항공(JAL)의 침몰…. 합리주의와 성과주의에 기초한 서구식 경영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조명을 받았던 일본식 경영 모델이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식 경영은 안정된 환경에서 장기 성장을 추구할 때 적합하다. 일본식 경영을 도입한 기업이 단기 성장을 추구하거나 불안정한 환경에 노출됐다면 서구식 성과주의 요소를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식 경영의 위기를 진단하고 일본과 서구의 경영방식을 절묘하게 혼합한 ‘섞음의 미학’을 통해 독창적인 한국형 경영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 밖에 DBR는 △도요타 위기의 원인과 대책 △도요타의 위기관리 △일본항공 도산의 교훈 △급변하는 일본 유통업계를 분석한 네 가지 글도 함께 소개했다.

▼Risk Management/“돈을 갖고 튀어라?” 횡령사고 막는 네 가지 기술
작은 규모의 횡령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보이는 손실만 봐서는 안 된다. 이는 곧 수십억 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할 만한 허술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업 내 부정사건은 규모가 크건 작건, 외부로 공개됐건 안 됐건 간에 기업 가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이런 일들은 생각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기업 내 부정을 사전에 막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소개한다.

▼매킨지 쿼털리/물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의 승자
앞으로 20년간 세계 각 지역과 분야에서 물 생산성을 높여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500억∼6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수자원의 효율성은 기업 생존의 전제 조건이자 막대한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수자원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과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솔루션 발굴을 위한 마케팅 및 영업 역량 계발,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전략 등을 집중 분석했다. 또 물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영업 및 마케팅 전략과 규제 대응 방안 등도 함께 전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