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아이폰 - 판매는 옴니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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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으로 유통망 장악… 매장서 ‘옴니아’ 권해
만족도 낮지만 많이 팔려… 제품 경쟁력 저하 우려

“스마트폰을 사려는데 ‘아이폰’하고 ‘T옴니아2’ 중 뭐가 나을까요?”

답은 모두 똑같았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8곳, 종로에서 6곳의 휴대전화 가게를 돌아다닌 결과였다. 방문했던 매장 직원들은 모두 “T옴니아2가 아이폰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T옴니아2’. 지난해 말부터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의 이름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아이폰 판매가 시작된 뒤 T옴니아2가 가격을 대폭 내리며 본격적인 판매 경쟁이 벌어졌다.

초기에는 아이폰이 발매 첫 주에 5만 대 이상 팔리며 ‘완승’을 거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전극이 벌어졌다. 1월 말 기준으로 KT의 아이폰은 하루 약 3000대, SK텔레콤 T옴니아2는 4000대가량 팔린다. 두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각각 30만 대 정도다. 다소 뜻밖이었다. 이런저런 평가에선 아이폰의 인기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 옴니아 1대 팔면 10만 원 이익

시장조사업체 마케팅인사이트가 최근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조사 항목마다 아이폰이 T옴니아2보다 평균 두 배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검색엔진 구글의 검색 빈도를 봐도 국내에서 ‘아이폰’을 검색하는 비율이 T옴니아2보다 지역에 따라 적게는 세 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 더 많았다.

하지만 시장의 성적은 달랐다. 유통망이 비밀이었다. 실제 매장에선 T옴니아2에 대한 일방적인 칭찬만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T옴니아2를 팔면 10만 원 이상의 이익이 남지만 다른 스마트폰은 이익이 적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걸려 있었다.

한국에서 소비자는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을 직접 살 수 없다. 모든 휴대전화는 통신사들이 구입한 뒤 대리점에 넘긴다. 대리점은 고객을 모으고 그 대가로 고객 통화료 가운데 일정 비율을 통신사에서 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통신사들은 고객을 늘리기 위해 대리점에 각종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문제는 애플은 미국 본사가 세계 전역의 최종 소비자가격을 통제한다는 점. 모든 소비자가 어디서 제품을 사든 똑같은 가격에 사야 한다는 정책 때문이다. 유통업체의 가격 통제권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KT의 아이폰 판매를 앞두고 T옴니아2 가격을 낮추고 보조금 지급을 늘리는 ‘공동전선’을 펼쳤다.

○ 스마트폰 해외시장 점유율 낮아

문제는 한국 스마트폰의 경쟁력 저하다. 소비자 만족도는 낮은데 판매량이 많다는 건 결국 국산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제품 자체보다는 유통채널 장악력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는 1월 기준으로 57%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휴대전화 시장 1위가 됐지만 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노키아와 ‘블랙베리’를 만드는 RIM이나 애플, 심지어 대만의 중소업체인 HTC에까지 뒤지고 있다. 차별적 유통망이 없는 지역에서 제품만으로 승부했을 때의 결과다.

보조금으로 유통채널을 장악하면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통신사들이 가입자만 늘려 놓고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이 때문에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자제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월말에 보조금을 늘려 이른바 ‘공짜폰’을 일주일만 뿌려도 상대 가입자 3만 명은 빼앗아 올 수 있는 게 한국 휴대전화 마케팅의 현실”이라며 “보조금 경쟁보다 제품과 서비스로 경쟁하는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이홍민 인턴기자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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