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법원 “갤럭시 탭 10.1 판매금지”… 유럽판매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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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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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세계대전 불 뿜는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의 판매를 금지해 달라고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9일(현지 시간) 받아들여졌다.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삼성전자는 즉각 이의 신청을 내겠다고 맞섰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네덜란드를 제외한 유럽 나머지 지역에서 한동안 갤럭시탭을 팔 수 없게 됐다.

국내의 한 특허전문가는 “대부분의 특허 소송은 신제품이 나온 뒤 시간을 두고 제기되며 승소할 경우 이익의 일부를 받는 형태로 마무리되지만 최근 애플은 신제품 자체를 공격하고 있다”며 “이런 소송은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시장을 둘러싼 ‘특허 세계대전’이 점점 더 격렬한 불꽃을 뿜으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극단적 대치 같지만 배경은 훨씬 복잡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특허전쟁 상대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있다. MS는 지난달 삼성전자에 “안드로이드폰을 한 대 팔 때마다 로열티를 내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MS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 피아(彼我) 구분 없는 전장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만든 OS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이를 활용한다. 결국 MS와 애플은 구글을 공격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괴롭히는 셈이다. MS는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로부터도 안드로이드폰에 대한 로열티를 받아내고 있다.   
▼ 구글-MS-애플-삼성, 피아 구분없는 전장 속으로 ▼

겉보기에는 뜻을 같이하는 것 같지만 MS와 애플은 구글이 나타나기 이전 30년 가까운 세월을 으르렁거리며 경쟁한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이었다.

최근에는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을 받고 있지만 핀란드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도 6월 애플로부터 특허 사용료를 받아내면서 특허전쟁의 주인공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애플의 적은 구글의 친구여야 할 것 같지만 업계에서는 노키아가 앞으로 삼성전자와 HTC 등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를 공격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노키아는 MS와 손잡고 ‘윈도폰’을 만들 계획도 발표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애플도 특허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762억 달러의 막대한 현금을 가진 애플은 6월 말 시작된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의 특허권 경매에 뛰어들어 지난달 단숨에 6000여 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MS와 캐나다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리서치인모션(RIM)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45억 달러를 퍼부은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무력했다. 구글도 노텔 특허 경매에 참여했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 애플 컨소시엄 앞에서 맥을 못 췄다. 이달 초 구글의 데이비드 드러먼드 법무담당 수석부사장은 “20년 동안 으르렁대던 MS와 애플이 구글을 공격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게 전부였다.

○ 특허가 혁신을 막는다?


구글은 특허전쟁 앞에서 “특허가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지식소유권을 내세운 거대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혁신 대신 특허라는 ‘권리 보호 문서’만 사들여 경쟁자의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얘기였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특허전쟁에 대한 의견을 구글 측에 묻자 “구글은 창업 이래 지금까지 특허 침해 혐의로 다른 회사를 제소한 경우가 단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드러먼드 수석부사장도 구글의 공식블로그를 통해 “특허는 혁신을 부추기기도 하지만 최근 일어나는 일은 특허가 어떻게 혁신을 가로막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은 1998년 창업한 ‘어린 회사’다. 반면 애플과 MS는 30년 이상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관련 특허를 쌓아왔다. 법률이 특허를 인정하는 이유는 이런 긴 시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보호해 주기 위해서다.

한편으로 구글의 행동이 위선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말 구글이 IBM의 통신 관련 특허 약 1000건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또 경쟁업체는 새로 개발한 핵심 기술을 특허로 공개한다. 보호는 받지만 로열티를 내면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구글은 핵심 기술인 검색 기술을 영업비밀로 유지한다. 경쟁사는 이 기술을 쓸 방법이 없는 셈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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