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일하는 장소, 직원들이 정해요”…국내로 확산되는 ‘리모트워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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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워크(Remote Work)란? 자신의 업무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 업무 환경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워크의 일종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불편함이 줄고,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리모트워크(Remote Work)란? 자신의 업무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 업무 환경을 통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워크의 일종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불편함이 줄고,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핑크퐁 ‘상어가족’을 제작한 스마트스터디 개발팀은 출·퇴근 시간과 일하는 장소를 모두 직원들이 정한다. 회사가 정한 최소한의 규칙은 “일정은 온라인 캘린더로 공유하기, 업무 시작은 메신저로 알리기, 오프라인 회의 내용은 기록하기” 같은 것뿐이다.

‘리모트워크(Remote Work, 원격근무)’로 불리는 근무형태다. 임대료가 비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6~7년 전 생겨났다. 근로자는 사무실이 아닌 집, 카페, 휴양지 등 원하는 곳에서 일한다.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보다 넓은 의미로, 국내에서도 리모트워크를 도입해 운영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비디오 편집 애플리케이션 개발회사인 ‘아이엠지베이스’도 2년 동안 제주도에서 리모트워크를 실험하고 있다. 7명의 직원들은 ‘한주 동안 어떠한 일을 할지’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월요일 주간회의에 참석하는 것 말고는 직접 만날 일이 없다. 그 외 시간은 집이나 카페, 소규모 독서실, 도서관 등 업무하기 좋은 환경을 선택해 근무하고 있다. 아이엠지베이스의 강동혁 대표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30대 초반인 밀레니얼 세대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만족스러워한다”며 “업무의 시간과 장소를 자기 주도로 선택하는 것이 일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는 리모트워크 방식으로 일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웹 디자인 등을 해주는 ‘슬로워크’가 대표적이다. 2005년 창업한 이 회사의 디지털 사업부 직원들은 리모트워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오전 노트북으로 화상회의를 하면서 성과와 일정을 점검한다. 회사의 모든 직원이 모이는 건 두 달에 한 번 성수동 본사에서 열리는 ‘타운홀 미팅’ 때밖에 없다. 휴가를 가기 위해 결제를 받을 필요도 없다. 기간을 동료들에게 통보만 하고 다녀오면 된다. 조성도 슬로워크 이사는 “슬로워크의 핵심가치인 자율과 책임에 따라 휴가도 자유롭게 간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KT가 2017년부터 임신 중인 직원이나 장애직원, 부양가족 돌봄이 필요한 직원에 한해 유연근무나 재택근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가족사랑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리모트워크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기업은 2006년 창업한 미국의 정보통신(IT) 기업 오토매틱이다. 이 회사는 심지어 채용을 할 때도 지원자를 만나지 않는다. 화상 미팅도 없고 통화조차 하지 않는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면접관과 채팅을 통해 1차 면접을 진행하고, 구직자의 코딩 능력을 시험해본다. 이를 통과하면 시험용 프로젝트를 맡겨 능력을 검증한다. 최고경영자(CEO)와의 면접용 채팅이 마지막 관문이다. 전체 채용과정은 3~5개월가량 걸린다. 이 회사가 직원을 이렇게 뽑는 이유는 직원들이 회사에 모여서 일하지 않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 입장에선 리모트워크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아끼고, 그 시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선 임차료를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유롭게 일하기 원하는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최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리모트워크로 일하는 기업의 사례를 모은 ‘리모트워크로 스타트업’이라는 책을 펴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섬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2016년부터 리모트워크 관련 다양한 사업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직원은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서 근무하는 기업들이 상당 수 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15년 ‘제이-스페이스(J-Space)’라는 공유 오피스를 마련해 리모트워크를 하는 기업을 불러 모으고 있다.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리모트워크로 시작한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데도 유리한 만큼 앞으로 이런 기업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지방 중소도시의 살 길도 리모트워크에 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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