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확산 막을 플랫폼 만들자” 한국 주도로 첫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황창규 KT회장 다보스포럼서 제안… 세계보건기구 참여 연구그룹 출범

황창규 KT 회장(가운데)이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다보스포럼) ‘다음 세대의 감염병 준비’ 세션에서
 KT가 개발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글로벌 제약회사 MSD의 줄리 거버딩 부사장, 오른쪽은 
‘에이즈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의 피터 샌즈 전무. KT 제공
황창규 KT 회장(가운데)이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다보스포럼) ‘다음 세대의 감염병 준비’ 세션에서 KT가 개발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글로벌 제약회사 MSD의 줄리 거버딩 부사장, 오른쪽은 ‘에이즈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의 피터 샌즈 전무. KT 제공
“한국이 주도해서 만든 플랫폼에 전 세계가 동참하는 감염병 프로젝트는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황창규 KT 회장(사진)은 26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 참가한 뒤 기자들과 만나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GEPP)’을 제안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 회장의 다보스포럼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 회장은 WEF 보건그룹 패널토의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70억 인류가 실질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을 만들자”며 GEPP를 제안했고, 이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하버드대, 아프리카질병통제센터 등이 함께하는 워킹그룹은 KT가 의장 역할을 맡아 GEPP 프로젝트를 1년 동안 연구한 뒤 내년 다보스포럼에서 그 연구 결과를 보고하게 된다.

KT가 개발한 GEPP는 각국 통신사가 감염병 발생 지역을 방문한 가입자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전 세계적으로 공유해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감염병 발병 직후 초기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KT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휴대전화 빅데이터를 이용해 12호 환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한 뒤 그와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하면서 확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 황창규 “빅데이터 기술로 70억 인류 한데 묶는 첫 프로젝트” ▼

에볼라나 지카바이러스 등 감염병은 세계의 고민거리. WEF도 예산을 들여 지난해 초 ‘감염 대비 체계 강화(ERA)’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황 회장으로부터 GEPP 프로젝트 관련 설명을 듣고 “엄청난 이노베이션(혁신)이다. 당장 다음 다보스포럼에 참가해 아이디어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고, KT와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이어 바로 다음 달 황 회장을 ERA 집행위원으로 선출했다.

황 회장이 다보스포럼 참가로 이룬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WHO와 세계은행의 동참을 끌어낸 것. WHO와 세계은행은 황 회장과 함께 ERA 집행위원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전 세계 감염병을 총괄 관리하는 WHO와 개발도상국에 돈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참가로 실질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실행시킬 수 있는 추진력이 생기게 됐다. 황 회장은 2016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각국 정부와 통신사에 설명해 케냐, 아랍에미리트, 캄보디아 등 9개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전 세계로 퍼뜨리기에는 속도가 더딘 편이었다. 그래서 황 회장은 WHO, 세계은행, 유엔 등 국제기구를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유엔에는 황 회장의 제안으로 감염병 확산금지 워킹그룹이 신설돼 이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다.

황 회장은 기자들에게 “다보스포럼 섹션에서 참가자들에게 2015년 메르스 확산 방지 사례와 지난해 한국에 14명(콜레라 9명, 지카바이러스 5명)의 감염자가 들어왔지만 이 플랫폼을 통해 확산 위험을 100% 막았다는 소식을 전하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번 다보스포럼 기간 중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지원해주는 민관 협력 기구 가비(GAVI) 후원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조찬에 초대받기도 했다. 게이츠 창업자 역시 황 회장의 GEPP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가비는 KT가 주도하는 WEF 워킹그룹 참여도 적극 검토 중이다.

황 회장은 “조찬 자리에 참가한 아프리카 각국 장관들은 게이츠 창업자에게 백신을 더 지원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며 “지금까지 감염병 대책이 백신 치료에만 집중돼 있었다면 GEPP 프로젝트는 예방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효과도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신력이 높은 국제기구의 참여는 GEPP 프로젝트가 휴대전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개인정보 유출이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는 일각의 비판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황 회장은 “평상시 이 시스템은 빈껍데기일 뿐이다. 사고가 생기면 한 사람만 들어가서 (이동 데이터를) 보면 된다”며 “원천적으로 프라이버시는 블록체인 기술로 보호하고 휴대전화 식별도 로밍 데이터가 아니라 디바이스 고유번호를 알아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GEPP 플랫폼을 설치하는 데 돈도 별로 들지 않고 개념도 아주 단순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인식만 확산된다면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며 “내년 정도면 이 프로젝트 도입 필요성에 대한 전 세계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이어 “모바일 세계에서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을 통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창조적인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며 “KT는 감염병 이외에 다른 분야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보스=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황창규#kt#회장#다보스#포럼#감염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