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연복]농부의 요리가 끌리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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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복 목란 오너셰프
이연복 목란 오너셰프
직업 때문에 식당에 가면 티를 내지 않을 뿐, 까다롭게 살피는 것이 많다. 청결 상태를 둘러보고, 눈으로 음식을 천천히 즐기고 난 후에야 맛을 본다. 이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재료다. 신선도가 낮거나 좋지 않은 재료를 쓰는 건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맛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전남 장성의 한 음식점을 봤다. 이곳이 유독 기억에 남은 이유는 재료를 조달하는 방식부터 찾아오는 손님까지 무척 특별했기 때문이다. 편백농장을 겸하고 있는 이 음식점은 젊은 형제가 함께 운영한다. 형이 농장을 운영하는 동안 동생은 가족과 마을 주민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식자재로 사용하며 방문객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특별한 양념이 들어간 것도 아닐 텐데, 정성으로 준비한 재료 덕인지 요리마다 신선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근래에는 맛집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이곳처럼 농촌에서 농작물을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형태를 ‘농촌융복합산업’이라고 한단다. 농촌융복합산업이란 농가에서 생산하는 농작물을 활용해 제품을 가공하고, 체험농장이나 농촌관광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한데 아우르는 개념이다. 1차, 2차, 3차 산업을 연계한다는 점에서 6차 산업이라고도 부른다.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몇 차례 방문했던 농가식당, 근교의 체험농장들은 결국 6차 산업에서 비롯된 풍경이었던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처럼 농촌자원을 체험, 관광을 비롯한 서비스업 등으로 탈바꿈시키고 새로운 가공 상품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농촌융복합산업법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를 짓지 못하던 지역의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등 지원 정책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농가의 신규 소득원을 확보하는 것일 테지만, 소비자로서도 더 다양한 농산품과 서비스를 만날 수 있으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미 농촌교육농장, 농가맛집 등 새로운 형태의 농업모델이 속속 등장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 않은가.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농촌융복합산업은 우리 농촌을 ‘길러 파는 농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 길을 열고 있다. 시장 규모만도 지난 3년간 1조 원 이상 증가해 5조700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앞으로의 전망도 무척 밝아 보인다.

근래에 먹방, 쿡방처럼 식당에서 음식을 선보이는 것 외에도 방송이나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요리를 보여주는 일이 잦아졌다. 필자는 이런 현상들이 요리의 맛뿐만 아니라 정성 들여 조리하는 과정 또한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여겨져 무척 기쁘다. 마찬가지로 우리 농촌이 국민들의 식탁은 물론이고 마음까지도 풍성하게 채우려는 노력이 농촌융복합산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연복 목란 오너셰프
#직업#청결 상태#농부#농촌융복합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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