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사드 직격탄… 영업익 반토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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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 2분기 실적 악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국내 1위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4∼6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의 반 토막으로 줄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매출이 1조4130억 원, 영업이익 1304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6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8%, 57.9%가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매출 3조4790억 원, 영업이익 7288억 원으로 반기 실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었다.

설화수, 라네즈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은 1조205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6.5% 줄었다. 이니스프리(1535억 원)와 에뛰드(586억 원)의 매출도 각각 28%, 31% 감소했다. 특히 에뛰드는 영업이익이 ―5억 원으로 적자를 나타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올 3월 중국 정부가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줄어든 여파가 컸다. 아모레퍼시픽은 면세점 매출이 14.7% 감소하는 등 관광 상권의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에서는 고객의 60∼70%가 중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해외 사업의 경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성장한 8855억 원을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16.0%가 줄어든 1079억 원을 나타냈다. 동남아 시장에서의 매출액 증가세가 높았지만 중국, 홍콩 등 중국권 지역의 성장세가 둔화돼 수익성이 악화됐다. 아시아 사업 중 중국 비중이 50%를 넘어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발(發) 리스크에 취약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최소 3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실적 악화로 아모레퍼시픽은 10여 년 만에 상반기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연봉의 10∼20% 정도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상·하반기 두 차례에 나눠 지급해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출시하고 중국 의존도를 줄여 신규 시장을 찾아 실적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사드 보복 여파는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실적에도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문 2분기 매출(7812억 원)과 영업이익(1487억 원)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4.7%, 2.7% 줄었다. 면세점 매출이 26% 감소했지만 중국 현지에서 ‘후’ ‘숨’ 등 고급 브랜드의 매출이 오르면서 감소 폭을 상쇄했다.

화장품 사업의 이익은 줄었지만 생활용품, 음료 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2.1%, 28.2% 증가하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늘었다. 2분기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23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높은 수치다. 사업 다각화 덕분에 실적 안정성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사드#아모레퍼시픽#영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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