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칼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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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현대 계열사 잇단 현장조사… 곧 대기업 전방위 점검 이어질듯
국세청도 여러곳 특별세무조사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본격 착수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의 대기업 특별세무조사도 잇따르고 있다. 관련 부처들은 “통상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지만 재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비리 척결 정책기조와 맞물려 임기 3년 차에 대기업에 대한 ‘군기 잡기’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공정위와 재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들어 일감 몰아주기 관련 대기업 현장조사를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18일 한진그룹 비상장 계열사 ‘싸이버스카이’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비치되는 잡지 광고와 기내 면세품 온라인 판매를 독점하는 회사로 조양호 회장의 자녀 3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튿날인 19일에는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 본사에 조사관을 내보냈다. 로지스틱스는 올해 초 롯데그룹에 매각되기 전까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분의 88.8%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밖의 대기업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가 최근 동시다발적인 조사를 벌이는 것은 한두 기업만 본보기로 엄벌해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올 1월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기자 브리핑에서 “일감 몰아주기 조사는 일제 점검해 일괄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한 건 한 건 처리해서 일벌백계하려면 하세월이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시동을 건 것은 올해 2월이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그룹) 40곳에서 직전 1년간의 내부거래 금액 및 유형, 거래 명세 등의 자료를 넘겨받아 서면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때의 조사 결과를 기초로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는 기업에 대해 최근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현 정부 첫해인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당시 제재가 1년간 유예돼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총수 일가가 있는 대기업집단이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매출액 대비 12% 이상 혹은 200억 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며 지시를 내린 사람이 확인되면 최고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조항들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도 최근 여러 대기업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이달 19일 조사4국 직원들을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로 보냈다. 조사4국은 탈세, 비자금 조성 등 비리 의혹 조사를 주로 진행하는 부서다. 또 21일에는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본사에 조사팀을 파견해 회계 및 세무 관련 자료를 조사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황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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