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사옥 페럼타워 삼성생명에 4200억 원 매각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4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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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 중구에 있는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24일 매각했다. 동국제강은 이날 페럼타워를 삼성생명에 4200억 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동국제강은 “페럼타워 매각은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매각 대금은 하반기에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국제강은 이번 매각으로 평가 차익이 1700억 원 이상 발생해 부채비율을 상당히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올해 1월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하며 별도 기준으로 207%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에 8%포인트 이상 낮아져 199%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동국제강은 밝혔다.

이번 매각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과 무관하다는 것이 동국제강 측 설명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지금도 현금 유동성이 아예 없는 게 아니지만 재무구조를 선제적으로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페럼타워 매각설은 꾸준히 있어왔다. 동국제강의 불안정한 재무구조 탓이다. 철강업황 침체로 수익성은 악화되고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건설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며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지난해 동국제강의 매출은 연결기준 6조685억 원, 영업손실 204억 원, 당기순손실 2925억 원이었다. 전년도에 매출 6조6909억 원, 영업이익 811억 원, 당기순손실 1184억 원에서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6월에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도 체결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동국제강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406억 원으로 2012년(6296억 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단기차입금은 2012년 2조3094억 원에서 지난해 3조7186억 원까지 늘었다. 2013년 말 A까지 갔던 신용등급은 최근 BBB+까지 떨어졌다.

경영진은 페럼타워 매각설을 부인해왔다. 장 회장은 1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5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페럼타워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남윤영 사장도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현금성 자산을 1조 원 보유하고 있고 후판을 중심으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며 “페럼타워를 매각할 계획도 없고 검토도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국제강은 후판 부문 실적 악화와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투자비용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달에는 장 회장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동국제강은 만약 사옥 매각을 채권단이 추진하면 제값도 못 받고 팔 것을 우려해 먼저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럼타워는 1974년 현 주소지에 본사를 운영해 온 동국제강이 2007년 약 1400억 원을 들여 짓기 시작해 2010년 완공한 건물이다. 지상 28층, 지하 6층 규모다. 동국제강은 2010년 8월 이 빌딩에 입주했으나 5년 만에 매각하게 됐다. 다만 매각 뒤에도 동국제강은 사무실로 사용 중인 공간은 임대해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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