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면세점 담배 쟁탈전’…“시중 판매가 절반도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11시 14분


코멘트
사진 동아DB
사진 동아DB
지난해까지 하루 두 갑의 흡연량을 기록했던 한 중소기업 팀장 김모 씨(45). 새해 들어 담뱃값이 두 배 가까이 오르자 호주머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유일한 해결사인 흡연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김 씨는 면세 담배 가격이 지난해와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쾌재를 불렀다. 곧바로 면세점 이용이 가능한 직원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출장이나 여행을 위해 해외로 가는 직원은 물론이고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는 부하직원들에게 담배 구매를 읍소했다. 김 팀장은 “미안하기는 하지만 담배를 끊을 수가 없고 돈도 아껴야 해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 뒤 직장인들 사이에서 면세 담배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KT&G에서 생산하는 ‘에쎄’ ‘레종’ 등 대부분의 담배는 면세점에서 한 보루 18달러(약 19440원), ‘말보로’ 등 외산 담배는 19달러(약 20520원)다. 시중 판매가의 절반도 안된다.

올해 초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김영석 씨(29)는 “출장 이야기를 했더니 담배를 구입해 달라는 부탁을 곳곳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끝내 담배를 사지 못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담배 코너마다 구매자들이 장사진을 이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업무를 신경써야 하는데 동료들 담배까지 챙기려니 스트레스가 컸다”고 털어놨다. 해외 출장이 잦은 무역업체 직원들은 지인들의 구매 부탁이 줄을 잇는다. 무역업체에 근무하는 양모 씨(30)는 “ 담배 사달라는 부담 때문에 이제는 어디 여행 나간다는 얘기하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비흡연자 사이에서도 면세 담배가 인기다. 담배를 피우는 상사와 가까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기관의 이모 대리(35)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상사와 흡연구역에서 이야기를 자주 하기 때문에 평소 담배를 조금씩 준비했었다”며 “상사들이 담배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면세 담배를 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