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9971억-KB 8701억… 휘슬 울린 리딩뱅크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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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싸움 올해부터 본격화

국내 금융계를 대표하는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 회사는 20일 나란히 올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이 2001년 지주사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리며 여유 있게 앞섰다.

하지만 KB금융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금융 전문가들은 올해 두 금융그룹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 자산 400조 ‘빅2 경쟁’

이날 신한금융은 올 1분기에 2001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인 997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작년 동기 대비 29.3%, 전 분기 대비 62.9% 늘어난 수치다. KB금융도 작년 동기 대비 59.7%, 전 분기 대비 91.7% 오른 8701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로 대출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돼 이자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의 대손충당금 산출 방법 변경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세후 2800억 원까지 발생해 실적 개선 폭이 컸다. 양측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실제 차이는 약 50억 원에 불과하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두 그룹이 격차를 좁히며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한다. KB금융이 14일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하면서 신한금융의 실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KB금융은 KB손보와 KB캐피탈의 지분 39.8%, 52.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KB손보는 2860억 원, KB캐피탈은 97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자산 규모도 역전될 수 있다. 올 1분기 현재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총자산은 각각 405조 원, 381조 원이다. 두 자회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 KB금융의 총자산도 400조 원을 넘어선다.

○ ‘조용병 vs 윤종규’ 자존심 대결

올해 취임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60)과 올해 연임에 도전해야 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62)의 자존심 대결도 눈길을 끈다. 올 3월 수장에 오른 조 회장은 9년째 이어온 선두 자리를 지켜내 취임 첫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 “국내 1위의 위상을 넘어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올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 회장은 연초부터 “1등 그룹의 위상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임기 중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등 대형 인수합병(M&A)에 연달아 성공했다. KB손보와 KB캐피탈까지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 그룹 내 비은행 수익 비중이 약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현재 KB금융의 이익 구조에서 비은행 계열사 비중은 신한금융(34.8%)보다 낮은 28.5%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선두를 탈환하면 윤 회장이 임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연임 성공을 위한 열쇠를 손에 쥐는 셈”이라고 말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은행들이 대손 관리를 잘 해왔기 때문에 올해 치열한 성과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빅2 경쟁’이 디지털 금융이나 금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처럼 은행 간 무리한 몸집 불리기 경쟁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애진 jaj@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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