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송이 코트 팔아도 ‘온라인 무역小國’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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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무역적자 눈덩이… 최근 3년새 3배로 늘었다
韓, 최근 3년새 적자폭 3배로

《 한국의 온라인 무역적자 폭이 최근 3년 사이 3배로 늘었다. 동아일보가 관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2억1800만 달러였던 온라인 무역적자는 지난해 6억8500만 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소비자들의 경우 해외 인터넷몰에서 쉽게 쇼핑을 할 수 있는 반면, 외국 소비자들은 한국 사이트에서 ‘천송이 코트’ 등의 물건을 사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의 갖가지 전자상거래 규제 때문이다. 한국 온라인 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무는 동안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정보기술(IT) 강국이던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온라인 무역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세계적으로 ‘온라인 무역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온라인 무역 적자 폭이 최근 3년 사이 3배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만 적자 폭이 42% 증가하는 등 수출과 수입 격차는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동아일보가 관세청으로부터 입수한 ‘2010∼2014년 온라인 수출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1∼6월)에만 온라인 무역 적자가 4억9400만 달러(약 5113억 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의 소액 물품 온라인 수출은 관세청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 온라인 수출 규모는 통계보다 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수입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온라인 무역 적자의 원인으로는 물건 자체의 경쟁력이나 해외보다 높은 국내 수입품 물가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해외 인터넷에서 쉽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데 반해 외국 소비자들은 한국의 갖가지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 때문에 물건을 쉽게 살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천송이 코트’의 판매를 막는 대표적 걸림돌로 지적된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등 관련 규제를 없앴으나 그사이 이미 중국 등의 온라인 업체들은 급성장해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시장을 넘보고 있다.

○ 알리바바 IPO, 세계 온라인 무역 대격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현재 19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미국 뉴욕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알리바바의 세계 진출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자금을 확보한 알리바바가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소셜커머스 업체나 오픈마켓에서 파는 대부분의 상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라며 “알리바바가 같은 제품을 5분의 1 가격으로 한국에서 팔면 한국 유통지형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마켓 모형은 한국에서 먼저 크게 발달했는데 왜 국내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갇히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로 온라인 쇼핑몰의 창의적인 사업모델이 원천 봉쇄된 데다 액티브X, 공인인증서와 같은 한국에만 있는 인터넷 장벽 때문에 한국 전자상거래 산업이 세계 시장의 ‘갈라파고스’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10원 경매’ 등 독특한 온라인 옥션 사업모델도 나왔는데 일부 부작용이 생기자 아예 사업을 못하도록 원천 봉쇄한 사례가 있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키우지 못하고 한국에서만 복잡한 결제 서비스로 판매하다 보니 세계 유수 업체들에 비해 해외 진출 속도가 느린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외 유통 대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카르티에 등을 보유한 글로벌 명품기업 리슈몽의 명품 전문 온라인 사이트 ‘네타포르테’는 2012년 홍콩에 본부를 설치하고 한국까지 2, 3일 만에 물품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값싼 제품을 파는 아마존, 알리바바에 이어 선진국의 명품 사이트까지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 한국 유통의 반격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이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양분했듯이 전자상거래 시장도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나눠 가지고 한국 업체는 이들을 통해서만 물건을 팔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정부, 수출정보 공유하고 위치추적이 가능한 배송시스템 지원해야” ▼

하지만 아직 한국에도 기회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 등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것처럼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한류 상품 등을 앞세워 플랫폼 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1번가는 2013년 터키에 합작 형태로 오픈마켓을 열어 현지 3대 오픈마켓 사업자로 올랐다. CJ오쇼핑도 홈쇼핑과 온라인몰을 통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하반기 국내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다. 올해 초 오픈한 롯데닷컴 글로벌 사이트에 백화점관을 내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급 화장품 등을 팔 예정이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자사가 수입하는 명품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

○ 판매자들 “값싼 배송 절실”

한편 판매자들은 온라인 수출이 더욱 활발해지려면 배송 시스템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은 자국 온라인 판매자들이 우체국을 통해 싼 가격으로 해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한류 스타 물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이민걸 씨(27)는 배송 문제가 가장 걸린다고 말한다. “온라인으로 수출하는 사람들의 90% 정도가 우체국 국제등기를 사용하는데 가격은 싸지만 해외 배송 시에 추적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씨는 “다른 나라에 제품을 보냈다가 도중에 없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추적이 안 될 경우 물건과 배송비 등 모두를 업체가 부담하게 된다”며 “추적이 되는 배송 서비스를 쓰자니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해외 수출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태웅 씨(30)는 “한국과 교역이 적은 국가들의 소비자와 거래할 때에는 판매자들이 알아서 정보를 수집해야 되니 일일이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최고야 기자
#천송이 코트#온라인 무역#알리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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