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막노동 알바 톡톡]“많이 벌려면 막노동이 나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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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알바보다는 덜 힘든편… 일당 많아 만족
용돈 벌고 사회 경험… 직업에 귀천 있나요?

대학 나와보니 백수, 막노동외엔 할게 없어
석달만에 무릎 고장… 또 하려니 눈앞 캄캄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choky@donga.com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전체 건설 일용직 근로자 중 20대의 비율이 2009년 5.5%에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돌파했습니다. 그들은 왜 노동 현장으로 가는 것일까요?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요? 오늘도 건설현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을 2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많이 벌려면 막노동이 나아요”


―막노동 아르바이트는 일당이 6만 원이다. 만족스럽다. 일반 알바는 이렇게 돈을 많이 주지 않는다. 돈을 빨리, 그리고 많이 벌려면 막노동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학생한테는 아저씨들처럼 기계 만지는 것 같은 위험하고 비중 있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 자재 옮기고 청소하는 간단한 일을 한다. 별로 어렵지도 않고, 다치거나 아프거나 한 적도 없었다. 주위에서도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쳤다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18·대학 1년)

―올 크리스마스 때 여자 친구랑 놀려고 보니 돈이 필요했다. 예전에도 곱창 식당 알바를 많이 해 봤다. 아무래도 식당 알바가 막노동 현장보다는 몸이 덜 힘들다. 하지만 막노동이 임금도 많고, 하루 일이 끝나면 돈을 현금으로 준다.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땐 월급으로 주는 식당보다 막노동이 낫다.(23·대학 4년)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활동적이어서 좋다. PC방 카운터 아르바이트를 해 봤는데,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한자리에 앉아 밤을 새운다. 며칠 하다 보면 죽을 것 같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가 낮보다 돈을 좀 더 준다고는 하지만 사실 시급 차이는 얼마 안 난다.(23·대학 자퇴)

―드라마에서 막노동을 엄청 힘들게 그려서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는 ‘시간아 빨리 가라’ 하면서 일하는데 막노동 아르바이트는 ‘빨리 다 하고 쉬자’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었다. 오히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신경 쓸 게 적고, 목표량이 정해져 있어 목표의식도 생기더라. 일당은 보통 7만 원 정도였고 남아서 잔업을 하거나 좀 더 어려운 일을 하면 10만 원도 받는다.(24·대학 4년)

―요즘 알바 천국 같은 구인 사이트만 봐도 막노동 아르바이트 공고가 정말 많이 올라온다. 나도 그거 보고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다른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 봤는데 돈은 주점이 가장 많이 주는 것 같다. 밤늦게 일해야 하는 등 워낙에 근무 여건이 안 좋으니까. 건설 현장은 하루하루 주는 일당제라서 빨리 돈 벌기가 좋다. 일을 천천히 하면 공사 날짜가 늦춰져 더 오래 일할 수도 있다.(21·휴학생)

―집안에 건설 현장과 닿는 사람이 있어 부탁해 현장 일을 시작했다. 형과 같이 일했다. 두 달 해서 보너스를 포함해 300만 원을 벌었다. 지금은 워낙 불경기라 공사 현장이 예전보다 줄었지만, 그래도 주말에 한 번씩 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애들이 있다. 다들 자기가 돈 필요할 때마다 용돈벌이 식으로 간다. 부모님한테 손 벌리기 죄송하니까.(23·직장인)

―건설 현장에서 짐 나르고 청소하면서 보조하는 일이었다. 가끔 케이블선 연결도 했다. 친구들이랑 같이 해서 힘든 것도 없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일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내가 대학 등록금을 다 냈다. 1주일에 4일가량 일하고도 하루에 6만 원씩 해서 총 27만 원을 벌었다.(19·대학 2년)

―전에 다니던 대학을 1학년만 다녀서 편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아예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사이에 돈이 필요했다. 집에 손 벌리기 죄송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지금은 대학에 갈 마음은 접고 기술을 배우고 있다.(25·대학 자퇴, 자동차 정비 견습공)

막노동 현장에서 느낀 땀의 의미

―처음부터 막노동에 대한 편견 같은 건 없었다. 막노동 현장에 갈 때에도 그냥 수많은 아르바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나. 막노동 일도 직업 중 하나일 뿐이다.(23·대학 3년)

―현장에서 일해 보니 그 일 하시는 분들은 다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내 능력으로 내가 일해 돈 벌겠다는 건데 왜 부정적으로 보는 건지 모르겠다. 만약 누가 이걸 한다고 하면 하라고 할 것 같다. 남자들이 힘 놔뒀다가 어디다 쓰겠나. 젊을 때 아니면 이런 일 할 기회도 흔치 않을 텐데.(18·대학 1년)

―막노동 일이 있다는 걸 알면 친구들이랑 우르르 같이 간다. 힘든 일이니까 아무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하려고 하는 분위기다. 출퇴근도 같이 하고 그러면 편하지 않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남들보다 힘든 일을 했으니까 그만큼 사회 경험을 많이 해 본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21·휴학생)

―나는 전기 쪽 건설을 담당했는데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전기를 어떻게 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실감했다.(20·대학 2년)

―아파트 짓는 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대학생은 딱히 건설 기술이 없으니까 청소를 하거나 콘크리트 얼지 말라고 불 피워 주는 일을 했다. 오전 6, 7시까지 현장에 나가서 일하시는 아저씨들 체조할 때 같이 몸을 풀고 일을 시작했다. 아저씨들 옆에서 직접 막노동 현장을 경험하고 느낀 것이 있다. 우리가 들어가서 살고 있는 모든 건물이 그저 ‘막’ 지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23·직장인)

불안하고 열악한 근무환경

―직접 현장에 가서 막노동을 하시는 분들을 보니 근무 여건도 썩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내 상황이라 생각해 보면 이걸 평생직장으로 삼는 건 힘들 것 같다. 젊을 때도 아니고 나이가 들면 힘도 없어질 텐데. 막노동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는 힘들 거라 생각했다.(23·대학 3년)

―인력중개사무소를 통해서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원래 받는 일당은 7만 원이다. 사무소가 소개비 7000원을 가져가서 하루에 6만3000원을 받았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나중에 이렇게 힘들게 살진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신 일을 해보면서, 무엇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건 신기했다. ‘경험’으로는 추천하지만, 장기적으론 하지 말길 바란다.(26·대학 4년)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분들을 보니까, 일용직의 애환을 알 것 같았다. 안 오면 해고당하니까 아파도 와야 하는 부분이 힘들 것 같았다. 아저씨들은 기술직이다 보니까 돈은 제대로 나온다. 가족을 부양하면서도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래에도 계속 그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22·대학 3년)

―몸을 쓰는 막노동 현장인데도 일하시는 분들은 나이가 지긋했다. 막노동을 직업으로 삼는 그분들은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픈데 어쩔 수 없이 나온다. 아프다고 쉬면 다음번에는 일을 잘 안 준다. 미래에도 이 일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결혼도 하게 될 텐데 자식한테까지 그런 모습 보이고 싶지는 않다.(21·휴학생)

대학 나와도 일자리 없으니…

―일은 보통 오전 7, 8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끝났다.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일찍 나가려니 피곤했다. 원래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계속 무거운 짐을 들고 하다 보니 몸이 안 좋아지더라. 잠시 일을 쉴 때는 회복되면 다시 하려고 했지만, 정작 다 나으니 다시 그 힘든 일을 할 엄두가 안 났다.(19·대학 2년)

―20대에게 할당된 기회가 적은 것 같다. 지금은 정규직 자리에 다 어른들이 있으니까 20대들은 다 경력만 쌓는 일시적인 자리로 가서 돈을 번다. 이제 사회에 나왔으니 다들 취직해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일할 자리가 제대로 마련이 안 돼 있으니까 돈을 빨리, 많이 주는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거다. 당장에 하루하루가 급한데 집에 손 벌리기는 죄송스러운 나이 아닌가.(22·대학 3년)

―기성세대는 20대 초반인 우리가 꿈이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힘든 일자리는 일하는 거에 비해서 돈을 적게 주니까 하기 싫어하는 거다. 국가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해 줘야 한다. 유럽은 검사, 판사보다 기술자들을 더 우대해 준다고 들었다. 우리 사회는 기술자들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건 꼭 바뀌어야 한다.(21·휴학생)

―옛날에는 나이 젊으면 여기저기 취직되고 했다던데 속상하다. 요즘 중고교생을 보면 부럽다. 공부하고 친구 만나고 학원 다니는 게 부럽다. 순수한 모습도 보기 좋고 걱정도 없어 보인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우리는 사회를 너무 일찍 아는 세대 같다.(23·대학 자퇴)

―요즘은 명문대 나와도 취직하기 힘든 상황 아닌가. 그렇게 취직하기 어려울 바에는 그냥 막노동 쪽으로 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부모님 세대로부터 ‘옛날에는 대학만 나와도 자기 가고 싶은 데로 취직 잘됐는데’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건 그때의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그 안에서 적응하고 사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19·대학 1년)

오피니언팀 종합·손가인 인턴기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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