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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잠재고객 찾아주는 빅데이터 서비스, 규제에 막혀 찔끔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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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잠재고객 찾아주는 빅데이터 서비스, 규제에 막혀 찔끔 활용

조은아 기자 입력 2018-10-16 03:00수정 2018-10-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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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공화국엔 미래가 없다]<8> 빅데이터 산업 발전 막는 규제

“인건비가 많이 드는 전단지를 돌리느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홍보하는 게 낫죠.”

서울 중구 한식당 ‘남도한식’의 김형순 대표는 지난달 중순부터 신한카드의 마케팅 앱 서비스 ‘마이샵’을 이용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한카드는 고객 22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 식당 주변에서 자주 결제한 소비자를 골라낸 뒤 앱으로 할인 쿠폰 등을 보내준다. 한 달 만에 2만2000여 명에게 가게가 홍보됐다. 이 서비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8월 말 방문한 ‘데이터경제 활성화 및 규제혁신’ 간담회에서 직접 시연을 펼쳐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마이샵이 상용화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신한카드는 당초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종합적인 마케팅 서비스를 구상했다. 정부가 2016년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덕분이었다.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개인정보를 가공한 ‘비식별 정보’를 기업들이 고객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한 조치였다. 신한카드는 자사 고객 데이터뿐 아니라 통신사, 유통회사의 정보를 받아 중소 가맹점의 ‘잠재 고객’을 발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12개 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 신한카드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들은 “비식별 정보도 보호해야 한다. 다른 기업, 기관이 소유한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가져다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결국 우리 회사 데이터만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러니 서비스 수준이 해외 기업들이 내놓은 빅데이터 마케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 ‘신산업 원료’ 갉아먹는 규제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는 금융 의료 유통 공공 등 전방위 분야의 신(新)산업 핵심 원료로 꼽힌다. 업종 간 데이터 융합으로 자영업자들은 잠재 고객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고 소비자들은 앱 하나로 자산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국내에선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3개 법이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개인정보 이용을 허용하는 범위가 너무 협소하고 정보 보호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세 법은 각 법의 글자를 하나씩 따 ‘개망신법’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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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차례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정보 유출과 무분별한 상업적 활용을 우려한 일부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이러는 사이 개인정보가 많이 쌓여 활용 가능성이 높은 금융, 의료 분야 기업들은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과 KB손해보험은 지난해 각사 고객의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하려다가 시민단체의 고발에 계획이 어그러졌다. 회사 관계자는 “결국 일부 고객의 정보만으로 안전운전을 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을 내놨다”며 “미국의 비슷한 상품은 모든 고객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 할인율이 30%나 되지만 우리 상품은 할인율이 10%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 “도돌이표 공방 끝내자”

한국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에서 ‘빅데이터 사용 및 분석 경쟁력’ 수준이 63개국 중 31위에 머물렀다. 이와 달리 해외 선진국은 ‘신산업 육성’과 ‘개인정보 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규제를 부지런히 손질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개인정보 보호 일반규칙(GDPR)’을 시행했다.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익명정보’는 기업들이 활용하도록 빗장을 활짝 열었다. 비식별 조치를 거쳤지만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가명정보’는 일정 조건을 지킬 때 활용하도록 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기업이 고객 동의 없이도 개인정보를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대신 사후에 고객이 원치 않으면 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2020년이면 전 세계 빅데이터 시장이 2100억 달러(약 23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이 시장에 올라탈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단체가 ‘도돌이표 공방’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관련 법 개정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빅데이터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도해 진짜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규제#빅데이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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