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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관된 산업정책 펼쳐… 한국, 대기업을 ‘혁신 플랫폼’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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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일관된 산업정책 펼쳐… 한국, 대기업을 ‘혁신 플랫폼’ 삼아야

황태호 기자 입력 2018-09-10 03:00수정 2018-09-10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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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8대 주력산업 점검<10·끝>전문가들이 말하는 제조업 승부수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정보센터 소장(왼쪽)과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 시리즈의 마무리 대담에서 중국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 산업의 대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기업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방정부에 얘기하면, 대학 연구진을 찾아 연결해준답니다. 그러면 같이 죽기 살기로 개발해본다는 거죠.”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지난해 6월 중국 저장(浙江)성의 한 작은 조선소를 찾았다가 그들이 만들었다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을 발견하고 눈을 떼지 못했다. LNG선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그동안 한국 기업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이 기업은 같은 지역에 있는 저장대의 도움을 받아 LNG선을 건조했다. 서 소장은 “아직 기술 수준은 뛰어나지 못해 보였다”면서도 “10년 전만 해도 수리조선소였던 곳에서 LNG선에 뛰어들 수 있었던 환경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본보가 지난달부터 연재한 ‘한국 제조업 골든타임을 지켜라’ 시리즈에 소개한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업종별로 편차는 있었지만 중국과의 격차는 길어야 5년이었고, 디스플레이와 조선, 기계는 이미 추월당했다는 게 업계 자체 평가였다. 한국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국내 중국 산업 전문가로 손꼽히는 서 소장과 조철 산업연구원(KIET) 중국산업연구부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제조 현장의 중국 위협이 대단했다.

▽조=중국의 부상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사실 20년 전부터 중국은 한국 산업의 위기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한국은 대중 수출을 꾸준히 늘려가며 선방하고 있다. 꾸준히 경고하고 대비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취지의 기획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이제는 중국 급부상이 가져올 동북아 산업 지형 변화라는 큰 틀에서의 고민도 필요하다. 중국의 주도권이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전략적 위치 선정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 민간 기업의 혁신 수준은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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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국 기업에 대한 기본적인 벤치마킹은 이미 다 끝냈다는 점을 피부로 느낀다. 중국 정부는 이제 화웨이, 알리바바와 같은 민간 혁신 기업에 대해서는 ‘그대로 놔둬도 된다’는 안도감을 갖고 있다. 지금 중국의 관심사는 공공분야 개혁이다. 지방정부의 과잉투자에 대한 구조조정, 공기업의 혁신 역량 제고와 글로벌화 같은 것들이다. 이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만 중국의 공동연구 요청이 들어올 정도다.

▽조=중국 학계 인사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래도 한국에 배울 게 남아 있다고 여기는 부분은 산업화 기술이다. 기술을 경쟁력 있게 제품화해 시장에 팔리도록 만드는 노하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원천기술이나 소재 분야에서는 이미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는 형국이고, 생산기술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배경에는 ‘중국제조 2025’같은 정부의 역할이 크다.

▽조=중국을 볼 때 가장 부러운 점은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산업정책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아닌 공산당 독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은 한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하면 장기적 비전을 먼저 내놓고, 5년 단위 계획과 1년 단위 계획, 분야별 세부 계획 등을 이어서 발표하는 데 모두 서로 어긋남이 없이 이어진다.

▽서=무서운 점은, 이런 일관성 있는 정책 속에서도 경쟁의 강도가 자유시장 국가인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학 연구소만 보더라도, 저장대 연구소가 총 98개인데 48개는 성외 지역에 있다. 우수 대학 연구소는 다른 성에서도 유치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지역 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위해서다. 기업 지원 정책을 보더라도 중국 정부는 기업에 단순히 연구개발(R&D) 비용을 직접 대주는 차원을 넘어 시장을 만들어주고 이 시장에서 중국 기업끼리 경쟁하게 한다. 기업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연스럽게 혁신의 동력을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조=중국 혁신의 상징 지역인 선전(深(수,천))에는 국영기업이 거의 없고 민영기업이 대부분이다. 모든 업종마다 엄청난 수의 업체가 있다. 수없이 많은 기업이 경쟁을 하며 부침을 겪는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민간의 치열한 경쟁이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천이라고 보는 것 같다.

―우리 기업이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조=신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기술경쟁력을 비교하며 따져보는 건 이제 큰 의미가 없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우리가 아직 기술력으로 앞서는 분야에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외에는 ‘차별화 전략’, 즉 동종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사실 중국에서 신산업이 대규모로 발전하는 건 기존 산업에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예컨대 자동차 산업의 경우 내연기관으로는 기술 추격이 어려우니 전기차라는 신산업에 승부수를 거는 것이다. 한국이 신산업에 아무리 대규모 투자를 해도 중국의 투자 규모, 시장 규모를 앞서긴 힘들다. 오히려 개방형 혁신으로 그들의 혁신을 흡수하면서 차별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서=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오히려 바람직한 중국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우군(友軍)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좀 더 개방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유럽연합처럼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지역경제공동체로 통합될 수 있다. 과거 국가 내 수직분업 체제에서 국가 간 수평분업 체제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런 미래 변화까지 감안해 우리도 개방형 경제 체제에 대비한 혁신을 준비하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한국 정부도 중국처럼 새로운 산업정책이 필요하지 않나.

▽조=일관성 있는 산업정책을 실행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가 달라지면 정책이 바뀌고, 심지어 장관만 바뀌어도 원점에서 산업정책을 짜는 경우가 많다. 보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적으로 대기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중국은 대기업을 혁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한국도 대기업의 혁신 DNA와 역량을 국가 산업 전체의 혁신을 위해 활용하려면 대기업을 터부시하는 정책기조부터 바꿔야 한다.

▽서=대기업은 사람도 많고, 혁신 노하우도 많다. 대기업을 지역 산업 생태계 혁신의 첨병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대기업은 현장 노하우,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 대기업의 지속적인 혁신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은 그것대로 하더라도, 신사업 진출, 인수합병(M&A)에서의 규제와 장애물은 치워줘야 한다.진행=김창원 산업1부 차장

정리=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중국 일관된 산업정책#혁신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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