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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으로 일하며 두 발로 뛰어 DNA염색장비 세계 첫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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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으로 일하며 두 발로 뛰어 DNA염색장비 세계 첫 상용화

김지현기자 입력 2017-11-28 03:00수정 2017-11-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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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넘은 CEO]<1> ㈜케이에스 신지현 대표
전남 나주시 노안면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 ㈜케이에스의 신지현 대표는 세계 최초로 DNA 염색장비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케이에스 제공
전남 나주시 노안면에 위치한 한 작은 연구소에 지난해 ‘경사’가 생겼다. 신지현 대표(48)를 포함해 12명이 일하는 ㈜케이에스가 세계 최초로 DNA 염색장비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케이에스는 의료진단 시 검체를 염색해 감염 여부를 쉽고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도록 하는 의료진단용 염색장비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신 대표는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생긴 의료사고로 오른쪽 시력을 잃었다. 그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공고로 진학해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다”고 자신이 지금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밝혔다. 마침 현장 실습을 나가던 때가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반도체 D램 분야 1위를 달성하며 “반도체가 미래”라는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다. ‘악바리’였던 그는 낮에는 한쪽 눈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를 다니며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전자계측장비 설계 전문 엔지니어로 취업한 그는 국산 의료장비가 외산에 비해 낙후됐다는 편견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조차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접했다. 그는 “정부 과제로 뽑혀 세브란스병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장비조차 한국산이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외면받더라”며 “이 기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직접 팔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전국 방방곡곡 안 다닌 곳이 없다”고 했다. 30대 시절을 몽땅 바쳐 발로 영업을 뛴 덕분에 회사의 국내 세균자동염색기 시장점유율은 5년 만에 90%까지 올라갔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세균자동염색기 외에 더 다양한 제품군에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19년간 다니던 회사를 나와 2009년 ㈜케이에스를 세웠다. 직원 1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였지만 2011년 벤처기업으로 선정됐고 나주에 부설연구소도 세웠다. 신 대표는 “경기도 본사는 연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조용한 나주로 가족들과 함께 내려와 연구소 옆에 집을 짓고 연구에만 매진했다”고 했다.

그 덕분에 2014년에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고, 그해 미국 플로리다 국제의료기기박람회에선 처음으로 중국에 1700만 달러어치 제품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유럽 통합규격인증(CE)을 따낸 ㈜케이에스는 지난해 태국, 말레이시아에 이어 올해는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카자흐스탄 등으로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다. 신 대표는 “요즘은 세계에 못 가는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영업 활동을 한다”고 했다.

신 대표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기술력”이라는 말을 인터뷰 내내 거듭 강조했다. 그는 “CEO가 장애인이라고 하면 오히려 편견을 갖고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며 “나를 포함한 회사 엔지니어 대부분이 이 분야 10년 이상 경험을 가진 최고 엔지니어들이고, 무엇보다 인증이라는 객관적 절차를 똑같이 밟는 만큼 편견 없이 기술과 실력으로만 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dna염색장비#상용화#케이에스#신지현#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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