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도시 여주, 한해 관광객 600만명 찾는 ‘신세계’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14>신세계사이먼 여주 아웃렛

쌀과 도자기로 유명했던 경기 여주시가 여주프리미엄아웃렛(왼쪽 사진)이 들어서면서 쇼핑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은 여주에서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홀몸노인들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위 사진)를 열었다. 신세계사이먼 제공
쌀과 도자기로 유명했던 경기 여주시가 여주프리미엄아웃렛(왼쪽 사진)이 들어서면서 쇼핑의 도시로 바뀌고 있다. 신세계사이먼은 여주에서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홀몸노인들을 위한 김장 담그기 행사(위 사진)를 열었다. 신세계사이먼 제공
“굿모닝! 오늘은 어때? 손님들 많이 왔어?”

21일 오전 경기 여주시 명품로 여주프리미엄아웃렛 내 스타벅스 커피 매장. 아웃렛에서 근무하는 남성원 씨(28·테넌트팀 근무)와 그의 동생 남성란 씨(26·의류 매장 근무) 남매가 쉬는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이들이 함께 출근한 지는 벌써 4년째. 두 사람은 경기 여주가 고향이다.

이 남매가 처음부터 같은 직장에 다닌 것은 아니었다. 오빠인 성원 씨는 2010년 서울에서 일하다가 여주로 귀향했다.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서울의 한 광고회사에 다녔던 성원 씨는 타지 생활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했다. 그러던 중 당시 여주프리미엄아웃렛의 한 신발 매장에서 판매 사원으로 근무하던 성란 씨가 오빠에게 “나랑 같이 다니자”고 제안을 했다.

○ 쌀과 도자기의 도시에서 쇼핑의 도시로


당시 신입사원 모집 중이었던 여주프리미엄아웃렛은 개장 초기부터 여주 시민을 우선 채용해왔다. 전형 과정을 통해 최종 합격한 성원 씨는 현재까지 여동생과 함께 출퇴근을 하고 있다. 성원 씨는 “회사에 우리 집 앞에 사는 동생이나 누나 등 동네 주민들이 많아 편하다”며 “무엇보다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고 말했다.

남매가 차를 마시며 휴식 시간을 갖는 동안 옆 테이블에는 중년 여성 3명이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자녀들을 학교로 보낸 후 ‘마실’ 나온 동네 이웃들이었다. 주부 허경애 씨(45)는 “그전에는 커피 한 잔 마시거나 쇼핑하러 경기 이천이나 강원 원주까지 가야 했다”며 “지금은 우리도 남들 못지않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여주프리미엄아웃렛은 신세계사이먼이 26만4000m² 터에 세운 교외형 아웃렛이다. 2007년 6월 개장했을 때만 해도 쇼핑 지역으로 다소 생소한 여주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비교적 높았다. 여주는 전통적으로 쌀이나 고구마 같은 농작물과 도자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쇼핑 공간은 ‘중앙통’이라 불리는 여주시청 앞 시내뿐이었다.

우려와 달리 반응은 남달랐다. 한 해 아웃렛 방문객 수는 2008년 250만 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매해 늘고 있다. 개장 초기 5만 명 수준이던 외국인 단체 관광객도 지난해 말 22만 명을 돌파했다. 버버리나 페라가모, 펜디, 구치, 보테가베네타 등 145개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부터 커피 전문점이나 수제 햄버거 전문점 등 외식 공간까지 쇼핑 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지역 상인회에서 운영하는 자체 아웃렛 타운인 ‘여주375아웃렛’이 여주프리미엄아웃렛 바로 옆에 들어서 이 지역 일대가 하나의 ‘쇼핑 클러스터’가 됐다.

‘아웃렛 효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여주의 인구수는 2007년 10만8606명에서 2012년 말 11만1929명으로, 여주시내 사업체 수는 2008년 7143개에서 2012년 말 7367개로 각각 늘었다. 방영철 여주시 지역경제팀장은 “식당만 해도 200여 개가 늘었다”며 “아웃렛 근처 지역을 중심으로 땅 값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여주시의 지방세 수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25억 원으로 개장 직전(1592억 원)과 비교해 200억 원 이상 늘었다.

○ 직원 10명 중 6명이 ‘여주 출신’


여주프리미엄아웃렛의 지역사회 공헌활동 중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분야다. 신세계사이먼은 개장 초기부터 ‘지역 주민 채용’ 방침을 내걸고 서울 등 타지로 떠났던 여주 시민들을 불러 모았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현재 1000여 명의 직원 중 90%가 여주에 살고 있고, 점장을 포함해 65%가 여주 태생이다.

신세계사이먼 측은 올해 말 개점을 목표로 현재 확장 공사 중인데 이것이 마무리되면 추가로 800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명구 신세계사이먼 대표는 “여주프리미엄아웃렛 확장이 완료되면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여주를 찾게 될 것”이라며 “지역 주민의 고용 확대는 물론이고 여주를 세계적인 도시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고 관광 상품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아웃렛 매장 내에 있는 여주 특산물 판매 공간인 ‘그린마켓’이 대표적이다. 185m² 규모의 공간에서는 쌀, 고구마 등 여주 특산물과 도자기 공예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웃렛 광장에서는 매년 특산물과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려 아웃렛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시중 가격보다 10∼20% 싸게 판매하는 행사도 하고 있다.

여주시도 여주프리미엄아웃렛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아웃렛 옆에 8만2378m² 규모의 농촌테마파크를 지어 다음 달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승국 여주시 농정과 여주쌀팀장은 “아웃렛을 들르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농작물을 직접 보고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체험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여주#여주프리미엄아웃렛#신세계사이먼 여주 아웃렛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