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저신뢰의 늪’에 빠진 한국사회… 탈출구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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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탔는데 돈이 없다. 급하게 나오느라 지갑과 휴대전화를 모두 집에 두고 나왔다. 택시 운전사의 관용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인은 이런 상황에서 타인에 대해 어느 정도 도움을 기대하고 있을까. 만일 잘 모르는 누군가가 분명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사회적 자본’을 기대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 구성원의 협력과 거래를 촉진하는 신뢰와 규범 등 총체적인 차원에서의 사회적 자산을 가리킨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이런 막연한 도움을 기대하는 사람은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더 적다는 점이다. 9.2%만이 국가의 도움을 기대했다. 대체 한국에서 사회적 자본은 어느 정도나 형성돼 있는 것일까.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6, 7월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은 매우 커졌다. 73.5%는 ‘공공기관에 불신이 생겼다’고 응답했고 69.7%는 ‘정부 정책 전반에 불신이 생겼다’고 답했다. 신뢰를 표명한 응답자는 4.5%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인간관계의 상호신뢰도에도 영향을 끼쳤다. 가족과 친척, 회사 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상호 신뢰도는 대체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공무원, 전문가, 교수, 법률가 등 공공 분야 종사자와 특정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회적 자본을 튼실하게 형성할 수 있을까. 힌트는 인간관계다. 모든 사회적 자본은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언행일치, 사소한 약속 준수, 일관성, 법과 규칙 준수, 작은 배려 등의 행동에 신뢰를 보냈다. 이런 작은 신뢰의 행동이 부단히 쌓이면 결국 사회적 자본이 튼튼하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20년 전 저서 ‘트러스트’에서 한국을 ‘저신뢰 국가’로 분류했다. 이후 한국의 사회적 자본은 늘었을까. 여기에 대한 답은 당신이 현재 일상에서 ‘타인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장
#저신뢰#국가#사회적 자본#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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