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식 관광에 맞춤형 체험상품 개발… 中 관광보복을 기회로 시장 다변화한 日-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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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모리(靑森)현은 매년 여름 전통 등(燈) 축제인 ‘네부타 마쓰리(祭)’가 열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지난달 한국인 남모 씨(38·회사원)가 일본 여행 중 아오모리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축제가 끝난 늦가을이었다. 하지만 이 축제를 주제로 설립된 현지 박물관에 들러 수십 점의 다양한 전통 등과 현장 사진들을 보면서 마치 축제에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지역 대표 특산물인 사과 관련 상품을 파는 대형 상점 ‘에이 팩토리’엔 사과를 이용한 요리 레스토랑까지 마련돼 있어 젊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남 씨는 “일본에 오면 지역에 얽힌 역사와 전통 같은 ‘스토리’를 조금씩 알게 된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또 (일본에) 가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일본도 한한령(限韓令)과 같은 중국의 관광 보복을 겪었다. 2012년 9월 일본이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국유화하자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본 관광을 금지시킨 것이다. 10월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4% 급감했다.

하지만 일본은 아오모리현처럼 특색 있는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식 관광 상품과 마케팅으로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화장과 헤어스타일까지 체험할 수 있는 기모노 대여 서비스, 옛날식 극장인 메이지자(明治座)에서 공연하는 일본 전통 예능 관람 상품 등은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남 씨처럼 문화 체험을 통해 ‘일본만의 특색 있는 스토리’에 매력을 느낀 관광객들 덕분에 지난해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재방문율은 61.6%를 기록했다. 한국(38.6%)보다 23%포인트나 높다. 중국인 관광객조차도 결국 일본을 다시 찾았다. 2014년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83% 증가해 24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639만 명을 기록했다. 관광비즈니스 전문가 기쿠치 히데로(菊地秀朗) 일본종합연구소 조사부 연구원은 “특히 젊은 관광객들은 일본 문화를 어디에서 체험할 수 있는지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으고 친구들끼리 공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대만이 ‘92공식(九二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의 합의)’ 수용을 거부하자 자국 관광객의 대만 방문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만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5% 이상 줄었고, 약 6개월간 관광산업이 받은 피해만 15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육박했다.

아직도 중국의 보복을 받고 있는 대만은 개별 관광객에 집중해 돌파구를 찾았다. 관광객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관광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한 정보 사이트 ‘Go2 Taiwan’이 대표적이다. 주요 관광지를 도는 셔틀버스와, 교통 티켓으로 사용할 수 있는 ‘iPASS’ 카드를 도입해 개별 관광객의 이동 편리성도 높였다. 특히 이 카드는 전통시장 야시장 등 특색 있는 관광지에서도 통용할 수 있게 했다. 주요 관광지 표지판에는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를 추가했다.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69만 여명으로, 전년 대비 2.4% 늘어 사상 최대였다. 올해도 10월 기준 861만 명이 대만을 찾아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추추이정(邱垂正) 대륙위원회 부주임(차관)은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관광객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무역액도 작년 대비 18%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주성하·김범석 기자
#일본#대만#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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