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로 버틴 도금공장 “전기사용 7% 줄었는데 요금 21%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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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뿌리업종 ‘전기료 쇼크’

지난해 10월부터 kWh당 전기요금이 19.8원 오르는 등 전기료의 ‘도미노 인상’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도금, 열처리 등 
뿌리업종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7일 인천의 한 표면처리업체 공장에서 고온의 전기도금 수조에 둘러싸인 근로자들이 땀을 흘리며 
조업을 하고 있다. 인천=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지난해 10월부터 kWh당 전기요금이 19.8원 오르는 등 전기료의 ‘도미노 인상’으로 전기를 많이 쓰는 도금, 열처리 등 뿌리업종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7일 인천의 한 표면처리업체 공장에서 고온의 전기도금 수조에 둘러싸인 근로자들이 땀을 흘리며 조업을 하고 있다. 인천=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전기요금 단가가 오르면 전력기금, 계절할증, 부가가치세까지 동시에 뛰어요. 1년 새 전기료가 20% 이상 올랐는데 앞으로 더 오른다니 큰일입니다.”(중소기업 A사 관계자)

지난달 27일 찾은 인천 서구 표면처리센터 ‘요진코아텍’의 옥상에는 도금 과정에서 배출되는 화학가스 정화용 초대형 스크러버(탈황장치) 70여 대가 가동 중이었다. 대당 200마력짜리 모터가 연동된 이 장치를 돌리는 데 한 달에 전력 100만 kWh(킬로와트시)가 쓰인다. 특히 100여 곳의 입주사가 공동 부담하는 오염방지시설은 전력 사용량이 유난히 많아 전기료가 올해 4월 1억 원에서 6월 1억5100만 원으로 뛰었다.

전기요금 단가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4월과 7월 잇달아 오른 데다 10월에도 추가 인상이 예고되며 중소기업 사이에서 ‘전기료 폭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요금이 매출의 15∼30%인 주물 열처리 등 뿌리기업 상당수는 전기요금을 내고 나면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전기요금 단가 도미노 인상에 ‘전기료 쇼크’
이날 기념주화와 상패 등을 도금하는 B사 공장에 들어가자 숨이 턱 막혔다. 35도가 넘는 무더위에 도금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더해져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도금 과정에서 나오는 산성가스가 기계를 부식시켜 에어컨을 안 쓰고 선풍기를 틀 뿐이었다. 이 회사는 2분기(4∼6월) 전력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다. 그런데 전기요금은 오히려 21% 늘었다. 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 장석복 전무(65)는 “도금에서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재’”라며 “니켈 아연값도 2배 넘게 올랐는데 전기료까지 오르면 더 힘들어진다”고 했다.

중소기업 사이 ‘전기료 쇼크’는 전기요금 단가(kWh당)가 지난해 10월(3원)에 이어 올 4월(6.9원) 잇달아 오른 영향이 크다. 여기에 평소보다 약 40% 비싼 여름철 할증요금이 부과되고 전력기금과 부가가치세까지 전기요금 단가에 연동되어 부과된다. 문제는 이달 나올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7월 인상분(5원)이 추가되고 10월에 또다시 4.9원이 오를 예정이라는 것이다. 전력 사용량 자체도 급증한다. 정부는 이번 주 최대 전력 수요가 9만 MW(메가와트)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 뿌리업종 생산원가 20%는 전기료…“외환위기 때보다 힘들어”

이 같은 전기요금 급등에 중소기업이 더 취약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대기업은 에너지소비량 중 전력 비중이 48.5%에 그치는 반면에 중소기업은 78.7%나 된다. 특히 뿌리업종은 비상이 걸렸다. 주물 열처리 업체들은 1500도 이상 고온에서 쇳물을 가공하며 막대한 전력을 쓴다. 경기의 한 주물업체 대표는 “마진율이 2∼3%에 그치는데 전기료가 전체 원가의 20% 선이어서 적자 위기”라며 “원자재 값이 2배로 뛴 데다 전기료 폭탄까지 겹쳐 인근 업체 2곳이 폐업했다”고 했다.

경북 섬유업체 세진텍스는 올해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3000만 원 더 나올 것으로 봤다. 원사를 자외선 차단 등 기능성 합섬으로 가공하기 위해 열처리를 하는 업체로 전기요금이 생산원가의 33%를 차지한다. 박윤수 세진텍스 회장은 “인건비, 원자재 값 인상까지 겹쳐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했다.
○ 中企 “전기료 체계 다시 검토해야”
중소기업계는 전기요금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전기요금이 비싼 여름철과 겨울철 할증 기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냉난방 수요가 많은 6∼8월, 11∼2월 요금이 할증 대상 기간이다. 현재 12개월 중 7개월이 할증 적용을 받지만 환절기인 6월과 11월만 제외해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전력수요가 적은 토요일 낮 시간대에 값싼 경부하요금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015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시 운영했던 제도다. 전기요금 총액의 3.7%를 징수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면제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체계 특성상 특정 집단의 전기요금을 내리면 결국 다른 납부자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노후화된 설비를 에너지 고효율 장비로 바꾸기만 해도 전기료를 20% 정도 아낄 수 있다”며 “고효율화 개선 방안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인천=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전기#전기사용#요금#전기료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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