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분양가 6~16%만 내는 집 1만채 공급”… 민간 참여 미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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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안산 화성 등 6곳 연내 지정
집값 하락땐 건설사가 손실 부담
개발이익도 제한… 실현성 논란

분양가의 6∼16%만 내고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인천, 안산, 화성 등 수도권 6개 지역에 1만 채가량 공급된다. 자금력이 달리는 무주택자를 감안한 대책이지만 집값 하락 시 손실을 민간 건설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사업 구조상의 한계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10일 인천 검단, 경기 안산 반월·시화, 화성 능동, 의왕 초평, 파주 운정, 시흥 시화 등 6개 지역에 ‘누구나집’ 1만785채를 지을 수 있는 시범사업용지를 연내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화성 동탄2, 양주 회천, 파주 운정3, 평택 고덕 등 기존 2기 신도시 내 유보지를 주거용지로 전환해 5800채를 공급하는 계획도 내놓았다.

누구나집은 일종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10년간 임차인으로 살다가 10년 뒤 분양으로 전환해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주택이다. 입주자가 입주 시점에 미리 확정되는 분양가의 6∼16%를 내고 집을 공급받을 권리를 미리 취득하는 방식이다. 10년 뒤 분양 전환한 후 집을 되팔아 생기는 시세차익은 입주자가 가져간다.

장기간 거주할 수 있지만 민간이 사업에 활발히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누구나집 사업에서 민간 건설사 이익은 적정 개발이익의 10%로 제한된다.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하락할 경우 입주자가 보게 되는 손실의 일부는 건설사가 개발이익으로 메워줘야 한다.

특히 누구나집 사업 대상으로 발표된 용지는 과거 이미 택지로 지정돼 개발이 진행 중인 곳이다. 유통용지를 주거용지로 변경하는 시화지구(3300채)를 제외하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나 분양 아파트를 짓도록 돼 있는 땅에 누구나집을 짓는 것이다. 공급 방식을 바꾸는 것일 뿐 주택 공급 규모가 추가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10년뒤 낼 집값을 지금 확정… 가격 하락땐 미분양 사태 불보듯
與, ‘누구나집’ 공급 계획

10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추진하기로 한 ‘누구나집’ 사업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누구나집은 분양가를 미리 정하고 입주자를 받아 10년간 임대한 뒤 분양주택으로 전환해주는 것이어서 집값이 떨어질 경우의 손실을 일부 민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등 사업성이 불확실해 얼마나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지 미지수다. 당초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상상도 못 할 공급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설익은 대책을 발표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민간 참여 저조 우려
이날 발표된 누구나집은 입주자가 집값의 6∼16%를 내고 미래의 분양권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그 외 사업비는 대부분 대출로 충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는 시세 대비 80∼90%, 임대료도 주변 시세의 80∼85%로 책정하고 임대료 상승률도 5%(2년 기준)로 제한한다. 민간 사업자의 이익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민간 건설사들이 일반 방식으로 분양하면 2∼3년이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집은 장기간에 걸쳐 수익을 회수해야 하고 수익마저 불투명하다. A건설사 관계자는 “현행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대부분 건설사가 시공만 하고 적정 공사비만 보장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누구나집의 경우 분양가를 10년 전 가격으로 묶어놓고 각종 책임까지 지운다면 사업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인천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 누구나집은 당초 두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3년간 착공이 미뤄지면서 동원건설로 바뀌었다.

○ 집값 떨어지면 사업자가 손해 메워야
10년 뒤 부동산시장을 예측하기가 힘든데 10년 뒤 지불할 집값을 미리 확정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누구나집은 10년간 임대로 거주하다가 이후 주택을 분양받는다는 점에서는 판교 등에서 공급된 분양전환 임대주택과 비슷하지만 분양가 확정 시기가 다르다. 분양전환 임대주택은 10년의 임대기간이 지난 뒤 분양가를 감정평가액으로 정하지만 누구나집은 10년 전에 미리 가격을 확정한다.

미래에 집값이 올라 시세차익이 커지면 입주자 이윤도 커져 ‘로또 분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분양 전환 시점에 집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질 경우 입주자들이 대거 분양받을 권리를 포기해 미분양 사태가 날 수 있다. 이 경우 손실은 민간 사업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집값이 떨어질 경우에 대한 안전장치도 현재로선 마련되지 못했다. 결국 누구나집은 집값이 앞으로도 10년간 꾸준히 올라야만 성공할 수 있는 대책인 셈이다.

○ 모호한 사업 일정… 사업 지속성 의문
구체적인 사업 방식이 모호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날 사업시행자가 사업비의 5%를 투자하도록 한 것 외에는 사업비를 어떤 식으로 충당할지, 집값이 오를 경우 시세차익을 입주자와 사업자가 어떻게 공유할지 등의 핵심적인 사항도 나오지 않았다. 공급 물량과 공급 지역을 제외하고는 세부안이 없는 대책을 졸속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기 신도시 유보지에서 주택 5800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 역시 주민들이 반대하면 과천청사 유휴부지 공급계획이 무산된 것처럼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누구나집은 부동산시장 흐름을 바꿀 만한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공공이 보증을 서주거나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야 할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로 공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호경 기자
#집값#누구나집#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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