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율’ 등 핵심정보 공개 없이… 공시가 2배 인상 그대로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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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택지 공급 지연]국토부, 산정 근거자료 첫 공개
인터넷서 찾을수 있는 수준 그쳐
인하 민원 4만8591건 쏟아져도…실제 수용된건 4.7%에 불과

서울 강동구 A아파트를 보유한 신모 씨(35)는 29일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공시가를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같은 아파트 주민들과 공시가를 낮춰달라는 집단 민원을 넣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씨 아파트 공시가는 지난해 6억1400만 원에서 올해 7억4700만 원으로 21% 넘게 올랐다.

그는 공시가 인상 이유라도 알아보려고 올해 처음 공개된 공시가 산정 기초 자료를 읽어봤지만 아무런 답도 찾지 못했다. 그는 “일주일만 살면 누구나 알게 되는 정보를 모아놓은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올해 공시가에 대한 집주인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시가를 인하해달라는 의견이 4만8591건에 달했지만 실제 인하 사례는 2308건(4.7%)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찔끔’ 내려주는 데 그쳤다.

올해 공시가가 지난해보다 2배 넘게 오른 세종시 ‘호려울마을 7단지’ 주민들은 공시가를 내려달라고 국토부와 세종시에 집단적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확정된 공시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주변 지역과 가격 형평성 등을 재평가해 (공시가를) 조정해줄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는 이달 6일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게 산정된 4개 단지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4개 단지 중 3곳의 공시가는 당초 열람안대로 확정됐다. 다만 1곳은 공시가격이 5% 낮아졌지만, 서초구 지적 때문이 아니라 아파트가 소규모 주상복합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조정한 것이다.

이날 공시가 산정 근거가 되는 자료가 처음 공개됐지만 ‘깜깜이 공시가’라는 비판이 높았다. 공시가 산정 근거자료가 공개되면 산정 과정에 대한 의문이 해소될 것이라는 국토부 설명과 달리 자료에 담긴 정보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인근 학교나 주차대수, 준공시기 등 단지 개요와 공시가를 정할 때 참고한 실제 거래사례와 한국부동산원이 매긴 시세가 담겨 있지만 이는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정작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핵심 정보인 단지별 ‘적정가격’과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세가 같은데도 공시가 차이가 생기는 주된 원인은 적정가격과 현실화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시가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제주도 공시가격검증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5억9000만 원이던 제주 B아파트(전용 133.2m²)의 올해 공시가는 당초 5억2200만 원이었다. 제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걸 고려해도 하락 폭이 크다는 지적이 일자 국토부는 ‘적정하게 산정됐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공시된 올해 공시가는 당초 가격보다 2800만 원 오른 5억5000만 원이었다. 정수연 센터장은 “공시가 산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현실화율#공시가#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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