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닛산 회장의 추락, 1인 독재의 비극? 日경영진의 쿠데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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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닛산 부활 진두지휘 곤 회장
500억원 보수 축소 등 혐의로 체포… 1인 경영 많은 日기업에 경종
회사측, 검찰과 사법거래 드러나… 르노와의 경영통합 놓고 갈등
국내파-해외파 암투설 모락모락

“곤 회장은 카리스마 경영인인가, 폭군인가?”

카를로스 곤 일본 닛산자동차 회장(사진)이 체포된 지 2시간 만인 19일 오후 10시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濱)시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사장은 이렇게 얘기했다.

“취임 초기에 매우 큰 개혁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후는 공(功)과 과(過)가 다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경영 권한이 너무 집중됐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곤 통치’의 잘못된 유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곤 회장은 망해 가던 닛산자동차를 1년 만에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하며 자동차 업계 ‘스타 경영인’으로 주목받았다. ‘V자 회복’의 성공 신화를 쓴 그는 르노-닛산 연합을 성장시켰고 2년 전에는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해 그룹을 세계 2위 자동차 회사로 키워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독재자’ 이미지가 입혀졌고 신분은 ‘피의자’로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측 경영진과의 ‘불협화음’으로 불거진 폭로라는 해석도 나온다.

도쿄지검 특수부와 닛산자동차에 따르면 곤 회장의 혐의는 2011∼2015년 5년간 실제 받은 보수보다 약 50억 엔(약 499억5800만 원)을 줄여 보고한 것(금융상품거래법 위반)과 닛산 투자 자금을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것, 회사 경비 부정사용 등 3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의 부활을 이끌었던 곤 회장 비리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 20일 도쿄 증시에서는 닛산과 미쓰비시자동차 주가가 한때 6%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기업 전문 변호사 인터뷰를 통해 “사외이사가 임원 보수를 결정하는 협의체가 없고 보수액을 곤 회장이 결정하는 구조”라며 “이번 사건은 대표자에게 일임하는 많은 일본 기업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곤 회장에게 과도한 권한 집중을 허용한 이유에 대해 “곤 회장이 닛산 주식의 44%를 보유한 르노의 톱이라는 점 때문에 제어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닛산 측은 1인 집중 체제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닛산 직원들은 배신감에 사로잡혀 있다. 한 직원은 “2만1000명의 구조조정 등 ‘닛산 리바이벌 플랜’을 진행하며 ‘사원의 목’을 잘라 온 사람이 비리의 온상이라니 믿을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 국내파와 곤 회장을 포함한 해외파 간의 암투설도 제기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0일 최근 르노와 닛산의 경영 통합을 꾀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움직임을 사이카와 사장 등 일본 측 경영진이 경계하면서 곤 회장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해 왔다고 보도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르노-닛산 연합에서) 닛산이 쌓아 올린 재산도 있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싶다”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닛산의 한 임원도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곤이 욕심이 지나치다는 것은 임원들의 공통된 평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암투설은 곤 회장이 체포되는 과정에서 닛산 측이 검찰과 사법거래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사법거래는 제3자의 범죄 혐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수사기관에 협조하면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한 구형량을 감면받는 제도로 올해 6월 일본에 도입됐다. 마이니치신문은 닛산이 곤 회장 개인 비리임을 강조하며 선을 긋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구가인 기자
#곤 닛산 회장#1인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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