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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따로 판다고 뭐가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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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따로 판다고 뭐가 달라져?

박세준 기자 입력 2017-08-13 18:02수정 2017-08-1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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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과 서비스를 연계해 판매하는 ‘묶음 상품’은 대부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제품을 살 때 서비스도 함께 구매해야 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데 대한 보상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에서는 다르다. 지금까지 각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와 요금제를 묶어 판매해왔지만 오히려 휴대전화 가격은 올랐고 가계 통신비 부담도 커졌다.

이에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묶음 상품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묶음 상품 판매를 금지해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그 과정에서 경쟁을 촉발해 가계 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휴대전화 유통을 담당했던 이동통신사 대리점 및 휴대전화 판매업자의 반발이 거세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떼게 되므로 그동안 받아왔던 판매보조금 등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완전자급제가 처음 국회에서 논의된 것은 2015년. 당시 의원이던 전병헌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 및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반발로 국회에 계류됐다 19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자동 폐기됐다.

자급제로 통신비 얼마나 아낄 수 있나

완전자급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은 최근 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에 나서면서부터다. 정부의 가계 통신비 절감 핵심 공약이던 기본요금 폐지가 백지화되자 새로운 대안으로 완전자급제가 부상한 것. 8월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9월 완전자급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도 완전자급제 시행의 장단점과 기대 효과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쓰려면 소비자가 특정 이동통신사를 먼저 정한 뒤 해당 통신사가 판매하는 단말기를 사 요금제에 가입해야 했다. 하지만 완전자급제가 시행된다면 자신이 원하는 스마트폰을 제조사에서 구매한 뒤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면 된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 수 있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총 7조6187억 원. 이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6조8789억 원이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과 대리점, 판매점에 주는 판매 장려금으로 사용됐다. 완전자급제를 통해 이동통신사는 7조 원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어 통신요금 인하 여력이 생긴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6월 20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주최한 통신비 토론회에서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면 이동통신 3사는 마케팅 비용을 아껴 요금을 인하할 수 있고, 알뜰폰업계는 단말기 수급의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전화 요금체계도 지금보다 간단하게 비교할 수 있다. 현행 요금제는 통신요금 외 단말기 할부금, 보조금, 선택약정할인 등이 섞여 있어 어떤 요금제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한눈에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면 단말기 대금이 빠지기 때문에 각 이동통신사의 요금체계 비교가 쉬워진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정책국장은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이동통신시장이 수요자 중심의 경쟁체제로 재편되면 경쟁이 붙어 가계 통신비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인당 월 6000~1만2000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쟁한다고 다 싸지나

단말기 대금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현재 보조금 때문에 국내 단말기 출고가가 과다하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의 한국 출고가는 미국 출고가보다 비싸다. 8월 8일 삼성전자 미국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갤럭시S8 공기계 출고가는 574.99달러(약 65만 원). 하지만 국내 출고가는 93만5000원이다. 보조금을 15만 원 받는다 해도 미국 출고가에 비해 13만5000원이나 비싸다.

하지만 완전자급제를 시행해도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과 휴대전화 제조업계가 전부 독과점 상태라 담합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이동통신 3사의 휴대전화 요금체계가 거의 동일한 것만 봐도 담합과 유사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제조업계도 삼성전자가 국내 스마트폰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독점적 시장이다. 완전자급제를 시행해 각 이동통신사가 요금제로만 경쟁한다 해도 가계 통신비는 크게 내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현재 이동통신사가 완전자급제에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7월 27일 올해 이사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통신요금 인하의 부작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완전자급제 법제화에 가장 크게 반대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2만5000개가 넘는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휴대전화 소매점이다.

그동안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양측으로부터 받아온 판매 장려금, 판매 수수료 등 인센티브가 사라져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제조사가 유통망 확보를 위해 기존 소매점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소매점이 전부 도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매점에서 일하던 판매원의 일자리까지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7월 19일부터 휴대전화 유통업계를 대상으로 완전자급제 시행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노충관 이동통신유통협회 사무총장은 “단순히 휴대전화 유통업계의 손해가 크다는 이유로 완전자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완전자급제를 시행해도 가계 통신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소비자 불편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반대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시장 벌써 경쟁 불 붙나

노 사무총장은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면 정부가 이동통신사 측에 선택약정할인을 요구할 명분이 사라진다. 새 휴대전화를 구매할 때 소비자는 단말기 보조금을 받을지, 아니면 1~2년간 선택약정할인으로 통신요금을 할인받을지 결정하게 된다. 즉 선택약정할인은 단말기 보조금 대신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혜택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사가 단말기를 판매하지 않으면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고, 정부도 이동통신사 측에 선택약정할인을 강요할 수 없다. 결국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선택약정할인이 사라지면 가계 통신비 인하폭이 크지 않은 데다, 새 휴대전화를 살 때마다 휴대전화 유통업체와 이동통신사를 모두 방문해야 해 불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윤문용 정책국장은 “완전자급제를 시행한다고 선택약정할인이 사라지거나 약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윤 정책국장은 “선택약정할인은 말 그대로 소비자가 이동통신사에 오랫동안 고객으로 남아 있겠다고 약속해 받는 혜택이다.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판매 여부와는 관련 없다”고 말했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제4이동통신사의 진입이 쉬워져 알뜰폰업계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동통신시장은 서비스 경쟁보다 최신 단말기와 보조금으로 경쟁해왔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통신업체 간 경쟁에서 단말기가 제외돼 가격과 품질만으로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자급제 논의가 본격화되자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국내 시장에 뛰어들 기색을 보인다. 실제로 블랙베리 스마트폰 제조사인 알카텔모바일은 9월 말부터 롯데하이마트를 통해 완전자급제 스마트폰을 판매할 예정이다.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 한 관계자는 “한국 스마트폰시장은 철저히 이동통신사 중심이라 해외 제조사는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어렵게 진입한다 해도 휴대전화를 판매할 유통채널이 부족해 애플 외에는 그동안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완전자급제가 시행된다면 해외 제조사의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가 늘어나 한국 제조사들도 스마트폰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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