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공공데이터 활용해 ‘금맥’ 캐는 시대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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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2013년 공공데이터 개방
지자체 통계자료-고용현황 등 3년간 46만개 기업 업무에 활용
공공데이터 개방 OECD 2년연속 1위… 교육 정보 등 활용한 창업도 활기

학생들이 가상현실(VR) 체험장인 서울 용산구 청파로 VR스퀘어에서 VR기기를 이용해 국내 주요 관광지, 문화유산 등을 체험하고 
있다. 지난해 초 창업한 고브이알(GoVR)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관광과 관련된 VR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학생들이 가상현실(VR) 체험장인 서울 용산구 청파로 VR스퀘어에서 VR기기를 이용해 국내 주요 관광지, 문화유산 등을 체험하고 있다. 지난해 초 창업한 고브이알(GoVR)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관광과 관련된 VR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경영컨설턴트 윤덕찬 씨(43)는 2014년 5월 친환경 정책, 윤리경영 지표 등 주요 상장기업의 비(非)재무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 ‘지속가능발전소’(자본금 5000만 원)를 세웠다. 2001년 미국의 엔론 분식회계 사태, 2015년 독일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량 조작 사태 등을 거치며 투자자가 비재무 정보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에 주목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환경부,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에서 화학물질 배출량, 고용 현황 등의 자료를 받는다. 윤 씨는 “투자자들은 민간 자료보다 ‘오염’이 덜한 공공(公共)정보를 더 신뢰한다”고 말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지난해 6월 네이버에 자료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올 1월부터는 미국 금융정보회사 팩트셋을 통해 국내 상장회사의 비재무 정보를 전 세계에 공급한다.

○ ‘무료’ 공공데이터로 금맥 캐다

지속가능발전소처럼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금맥’을 캐는 시대가 열렸다. 공공데이터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만든 정보, 통계, 보고서 등이다. 과거에는 방치됐지만 재가공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나 서비스로 탈바꿈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예방접종 시기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한국관광공사의 관광 정보로 청춘 남녀의 데이트 코스 정보를 개발할 수 있는 방식이다.

나라 안팎으로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혁신 사례가 이어지자 행정안전부는 2013년 12월 공공데이터포털(www.data.go.kr)을 열고 공공데이터를 공개했다. 2013년 말 5272건을 풀었고 올 5월 현재 2만2734건을 개방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같은 기간 이용건수는 1만3923회에서 254만3184회로 폭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46만 개 기업이 공공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공공데이터를 직접 활용한 창업기업의 서비스만도 1209개에 이른다.

○공공의료, 학교 정보 기반 창업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도 활발하다.

20대 간호사가 세운 ‘유노고코리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병원 정보와 자체 제작한 의료시장 정보를 더해 외국인 환자와 국내 병원을 연결하고 있다. 전 세계 회원만 7만 명 이상이다. ‘아이엠스쿨’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자녀가 속한 학교의 공지사항, 학사 일정, 급식, 출결을 비롯한 사실상 모든 교육 정보를 제공한다. ‘아이오로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유한 역사적 인물의 사진(혹은 초상)을 자신의 사진과 함께 관광지 티켓에 인쇄하는 기기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김태성 아이오로라 본부장은 “유관순 등 역사적 인물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 같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 기업들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1월과 올 4월 서울 숙명여대와 부산 센텀기술창업타운에 창업지원공간 ‘오픈스퀘어-D’를 열었다. 입주기업은 창업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공유하며 경영 컨설팅, 투자 유치 같은 지원을 받는다. 유노고코리아 등도 이곳의 도움을 받았다. 올 5월부터는 창업을 위한 모든 단계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메가-콜라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행안부,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창업 준비부터 사업화, 투자 유치, 해외 진출 등 모든 단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공데이터로 재난, 범죄까지 해결

행안부는 지난달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재해 예측, 범죄 예방 등 각종 사회문제를 시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오픈데이터포럼을 만들었다. 일반 시민이 사회문제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전문가 등이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구체적인 방법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농업용수가 부족해 농작물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면 강수량, 일조량, 농산물 생산량 등 공공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가뭄지도를 만들 수 있다. 개·폐업 주기, 유동인구 등 지역 상권을 분석해 소상공인들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7 공공데이터개방’ 조사에서 2회 연속 1위에 올랐다. 프랑스, 일본, 영국, 멕시코가 뒤를 이었다. 공공데이터법,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등 제도가 안정됐고, 수요가 높은 공공데이터를 폭넓게 개방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민간이 쉽게 무료로 공공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등 공공데이터 활용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돋보였다는 평가다. 윤종인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의료영상 진단 정보, 자동차 종합 정보 등 사물인터넷(IoT) 및 빅데이터와 관련된 지능·융합형 데이터를 대폭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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