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윤순진]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탈원전 공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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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올여름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적절성 여부와 함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사실 원전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쟁은 늦은 감이 있다. 원전 정책에는 사실의 문제와 가치의 문제가 섞여 있어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문가 중심의 밀어붙이기 방식으로 원전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다양한 사회 갈등을 낳았다.

견해가 엇갈리는 대표적 쟁점은 안전성과 경제성이다. 특히 안전성에 대한 찬원전과 탈원전 측 견해는 양극단을 내달린다. 찬원전 쪽은 원전은 내진설계로 안전에 문제가 없으며, 원전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것은 체르노빌 사고가 유일하다고 강조한다. 탈원전 쪽은 원자력발전 기술은 안전한 통제와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경제성을 놓고도 입장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비용 포함 범위와 각 비용을 산정하는 기준, 미래 발생 비용 계산 방식 등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찬원전 쪽은 현재의 발전 단가에 기초해서 원전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탈원전 쪽은 현재의 발전 단가에는 폐로 비용과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비용, 사고 위험 비용은 물론이고 토지 수용비, 주민 보상비, 보험과 금융 비용 등 모든 비용이 적절히 반영되지 않아 발표된 비용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재생가능 에너지 비용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탈원전 정책, 구체적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의 결정에 있어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머지않아 전력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기거나 전력 요금이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이후 전력 수요가 연평균 2.1%씩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2021년에는 26.8%, 2022년에는 27.7%의 전력이 남아돌게 된다. 두 기가 건설되지 않더라도 설비 예비율은 23%가 넘는다.

그러니 전력이 모자라거나 전력 공급 부족으로 요금이 인상되는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서 전력 요금이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낮아진다면 요금이 가파르게 오를 이유는 없다.

이제 막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배심원단의 선출 방법과 공론 조사의 쟁점, 그리고 쟁점별 내용을 발표할 전문가를 선정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길 바란다. 그간 닫혀 있던 공론의 장이 어렵게 열렸다. 시민배심원단을 넘어 국민 모두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탈원전 정책#신고리 건설 중단#전력 공급#공론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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