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367조’ 공룡 국민연금, 투자처 못찾아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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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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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중 네덜란드 제치고 세계 3위로

1098조 원 vs 1000조 원.

8월 31일 코스피 시가총액과 10년 후 국민연금 규모 얘기다. 국민연금은 2022년 1000조 원을 돌파한다. 주식시장이 부진하다면 10년 후 국민연금은 한국의 모든 상장기업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2030년대에 접어들면 2000조 원을 넘어서 세계 최대의 연기금으로 등극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NPS)은 31일 “9월 중 국민연금 규모가 약 380조 원에 달해 금액 기준으로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어난 덩치만큼 고민도 커졌다. 너무 많은 돈을 굴려야 하는 탓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다. 웬만한 한국의 우량기업치고 1, 2대 주주 명단에 국민연금이 안 올라 있는 곳이 드물 정도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한다면 기업 관련 주무 부처의 영향력을 능가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몸집이 너무 큰 ‘공룡 국민연금’의 고민은 이 밖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 3년 만에 3위로 한 계단 상승

올 상반기까지 국민연금은 GPIF(일본 공적연금), GPFG(노르웨이 글로벌펀드연금), ABP(네덜란드 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4위였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367조5000억 원. 네덜란드 ABP가 약 375조9000억 원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기금의 성장속도를 볼 때 국민연금은 7월 ABP 규모와 같아졌고 9월 중 ABP를 추월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2009년 277조 원이 되면서 캘리포니아퇴직공무원연금(CalPERS)을 넘어 세계 4위에 올랐다. 그로부터 3년 만에 한 계단 더 올라서는 셈이다.

국민연금제도는 주요 선진국의 연기금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선진국의 연기금들은 상대적으로 나가는 돈이 많은 데 비해 국민연금은 들어오는 돈이 더 많다. 덩치가 비약적으로 커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2014년 500조 원을 돌파한 후 2022년 1000조 원, 2034년 2000조 원을 넘어선다. 성장의 꼭짓점은 2043년의 2465조 원이다.

○ 수익률 고민에 주주권 행사 논란

국민연금은 국내에서 6월 기준 주식에 62조3480억 원, 채권에 232조1530억 원을 투자해 놓았다. 해외 주식과 채권도 42조6870억 원어치를 매입한 상태다.

큰 덩치 탓에 투자할 곳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금액은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5.3%에 이른다. 180여 개 회사에서는 국민연금의 지분이 5%를 넘어섰다. 호텔신라 CJ제일제당 제일모직 등에서 국민연금 지분은 9.5% 안팎으로 1대 주주이고 삼성전자(6.59%) 현대자동차(6.75%)에서는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분 10%를 넘긴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한 주라도 변동이 있으면 공시해야 하는 ‘10% 룰’에 묶여 있다. 우량 주식을 더 살 수 없고 새로운 종목 찾기도 어렵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채권 투자 수익률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6%로 양호하지만 앞날을 장담하긴 어렵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논란거리다. 1, 2대 주주로서 감사활동 등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경영에 지나친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 “해외 및 대체투자 준비 부족”

국민연금은 수익률을 유지하려고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대체투자 비중은 7.9%(28조9150억 원). 채권(68.0%) 주식(23.9%)에 비해 적지만 증가 속도는 빠르다. 대체투자 규모는 2008년 8조8020억 원에서 2012년 6월 28조9150억 원으로 5년 새 3배 이상이 됐다.

대체투자의 증가 속도에 비해 수익률 계산 방식이나 해외정보 수집 체계, 위험 관리 대비책 등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의 수익률을 평가하는 지표 개발을 최근에야 시작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5월 ‘국민연금기금 대체투자 성과평가 벤치마크 설정(안)’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처음 만들어보는 것이어서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해외 투자가 중국 인도 등 성장시장으로 확대되면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 대체투자 ::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금융자산이 아니라 부동산과 사회기반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투자, 상품투자(벤처·사모·구조조정투자) 등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주식 채권처럼 빠르게 사고팔기 힘들며 투명한 공개시장이 없어 시장가격에 대한 정보 획득도 쉽지 않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연기금#국민연금#투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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