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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의 That's IT]대기업 관료주의 굴레에… 싸이월드가 잊혀져 간다

동아일보입력 2012-05-02 03:00수정 2012-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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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 회사는 세계 2위의 디지털음악 판매업체였습니다. ‘아이팟’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던 애플의 아이튠스 뮤직스토어 바로 다음이었죠.

음악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그림과 글꼴도 팔았습니다. 물론 디지털로 변환된 콘텐츠였습니다. 하지만 불법복제나 저작권 문제는 한 번도 겪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 덕분에 무명의 미술가와 디자이너들은 작가가 됐고, 돈도 벌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사업 모델이었습니다.

이 회사가 바로 SK커뮤니케이션즈입니다. ‘싸이월드’라는 서비스로 유명한.

2009년 이 회사는 페이스북의 성공에 자극받아 또 한 번 변신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싸이월드의 ‘1촌’이라는 독특한 친구 관계를 이용해 친구들이 추천하는 영화,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는 뉴스, 친구들이 재미있어 하는 게임 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죠. 이를 스스로 다 하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처럼 외부 업체에 이런 1촌 정보를 공개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원하겠다는 전략도 세웠습니다. 요즘 기업들 사이에 유행하는 ‘플랫폼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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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었던 회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반면 뒤에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06년 이 회사는 검색업체 엠파스를 합병합니다. 반대가 많았지만 SK텔레콤에서 파견된 당시 경영진은 “네이버를 봐라. 성장하려면 검색이 필수”라면서 엠파스를 합병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는 무시됐습니다.

완전히 무시된 건 아닙니다. ‘모바일 싸이월드’란 서비스가 나왔으니까요. SK커뮤니케이션즈가 만든 것이냐고요? 아닙니다. SK텔레콤이 ‘무선은 SK텔레콤, 유선은 SK커뮤니케이션즈’라는 원칙을 정해서 모바일 싸이월드는 SK텔레콤에서 직접 서비스했습니다. 그 덕분에 2010년 스마트폰 열풍이 불던 시기, 싸이월드는 손발이 묶여 있어야 했습니다.

지난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냈습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해 나와 새로 SK커뮤니케이션즈의 모(母)회사가 된 SK플래닛은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등 사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을 담당하던 주요 직원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교체된 새 CEO는 모회사인 SK플래닛의 이주식 전무였습니다. 모회사 전무 겸 자회사 사장을 맡았죠. 지난달 30일, 이 회사는 신임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를 3일 앞두고 급작스레 행사를 취소합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직원 전부를 만나가며 새로운 전략을 짰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지난해 해킹 피해 관련 소송과 수사 등이 정리되지 않아 미룬 거라고 하지만 변명처럼 들립니다. 이런 이유라면 애초에 5월 초로 날짜를 잡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내부 관계자들은 “높은 분들께서…”라며 말을 흐립니다. 모기업에서 자회사 행사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는 뜻이죠. 대기업의 관료주의 덕분에 싸이월드는 “한 달이면 세상이 변한다”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속도경쟁에서 계속 뒤처집니다.

올해 3월 기준 SK커뮤니케이션즈의 페이지뷰(PV·조회수)는 지난해 3월의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었던 한국의 서비스가 이렇게 잊혀져갑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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