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앱솔루트 보드카와 뉴욕 ‘뉴 뮤지엄’의 브랜드 구축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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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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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까지만 해도 싸구려 독주로 취급받던 스웨덴 보드카 브랜드 ‘앱솔루트(Absolut)’. 하지만 이 브랜드는 기발한 광고 시리즈 하나로 일약 고급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브랜드 지위(brand status)가 달라진 셈이다. 비결은 이렇다. 링거 모양의 앱솔루트 보드카를 사진 전면에 배치하고 하단에 ‘Absolut dream’, ‘Absolut attraction’, ‘Absolut heaven’ 등 ‘Absolut _____’ 식으로 두 단어로 된 카피를 내걸었다. 그것도 25년간 줄기차게 이런 형태로 광고를 했고, 판매량도 급증했다.

이는 함축과 반복, 변주 등 마케팅의 3개 원칙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함축은 시장이 경쟁 브랜드로 넘쳐날 때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비자의 시선을 끈다. 그러나 익숙한 반복은 메시지를 고객의 눈에 띄지 않는 투명물체로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변주가 필요하다. 함축과 변주를 반복하면 소비자와의 접점이 더욱 넓어진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4월 15일자)의 ‘비즈블로고스피어’ 코너에 실린 마케팅 사례를 소개한다.》

함축 짧고 강렬한 카피로 소비자에 각인
반복 일관된 시각이미지로 ‘심벌 마케팅’
변주 정체성 유지하되 표현은 늘 새롭게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인 ‘뉴 뮤지엄’은 재개관 홍보 캠페인에 함축과 반복, 변주를 단계적으로 응용했다. 처음에는 도심의 흑백 광고판에 핑크색 페인트가 흘러내리게 한 뒤(사진 1), 가운데만 제외하고 광고판 대부분이 핑크색 페인트로 뒤덮이게 했다(사진 2). 맨 마지막에는 페인트로 뒤덮이지 않은 부분만 흰색 도형으로 도드라지게 하고 미술관 주소와 개관 시기를 알리는 문구를 썼다(사진 3). 이 도형은 네모 블록을 엉성하게 쌓아놓은 미술관의 외관(사진 4)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이런 형태의 홍보 캠페인은 도심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DBR 자료 사진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인 ‘뉴 뮤지엄’은 재개관 홍보 캠페인에 함축과 반복, 변주를 단계적으로 응용했다. 처음에는 도심의 흑백 광고판에 핑크색 페인트가 흘러내리게 한 뒤(사진 1), 가운데만 제외하고 광고판 대부분이 핑크색 페인트로 뒤덮이게 했다(사진 2). 맨 마지막에는 페인트로 뒤덮이지 않은 부분만 흰색 도형으로 도드라지게 하고 미술관 주소와 개관 시기를 알리는 문구를 썼다(사진 3). 이 도형은 네모 블록을 엉성하게 쌓아놓은 미술관의 외관(사진 4)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 이런 형태의 홍보 캠페인은 도심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DBR 자료 사진
○ 마케팅의 고전, 앱솔루트

앱솔루트 시리즈는 총 9편이다. 카피 형식(‘Absolute _____’)과 앱솔루트 병의 사진은 같게 하되 도시나 예술가의 작품, 패러디한 문학 작품과 영화, 다양한 향이 첨가된 보드카 등 주제를 바꿔 배경을 달리했다. 이후 2004년에는 한국에도 ‘앱솔루트 시티(Absolut city) 시리즈’ 광고가 등장했다. 광고에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태극무늬가 그려진 방패연 사진이 실렸다. 방패연의 흰색 바탕은 백의민족을, 태극무늬는 음양(陰陽)의 조화를, 푸른 하늘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Morning Calm)를 각각 상징했다.

앱솔루트 시리즈 광고를 할 때 원칙은 단 하나였다. ‘결코 변하지 않으면서 항상 변한다’는 것이었다. 역설적이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앱솔루트에 대해 일관된 이미지를 갖게 하면서도 매 시리즈 광고가 나올 때마다 싫증나지 않게 했다. 또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카피는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다.

○ 뉴욕에서 만난 함축과 반복 마케팅의 진수

함축과 반복, 변주의 원칙은 상품 판매 이외의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인 ‘뉴 뮤지엄(New Museum)’이 2007년 재(再)개관했을 때 펼쳤던 홍보 캠페인이다. 이 미술관의 외관은 네모 블록을 엉성하게 쌓아놓은 것처럼 특이하다. 뉴 뮤지엄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포용하는 미술관’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독특한 건물 외관을 활용한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뉴 뮤지엄은 도심 한 건물에 설치된 청바지 브랜드 캘빈 클라인 대형 광고판을 이용했다. 우선 멀쩡한 흑백 광고판에 핑크색 페인트가 위에서부터 흘러내려오게 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흑백 광고판은 핑크색으로 더 많이 뒤덮였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광고판에서 페인트가 흘러내려오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핑크 페인트로 뒤덮이지 않은 이 흑백 부분의 윤곽이 바로 미술관의 독특한 외관이었다. 이후 캘빈 클라인 광고판에는 미술관 주소와 개관 시기를 알리는 간단한 홍보 문구가 나타났다.

다소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나 입소문을 통한 홍보 효과도 대단했다. 특히 뉴 뮤지엄은 비단 광고판뿐 아니라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 광고판을 활용해 다양한 컬러와 패턴으로 건물 외관을 새겨 넣는 캠페인을 반복적으로 벌였다.

○ 유사 브랜드 넘치는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국내에서는 검색 포털인 네이버가 이런 마케팅을 활용했다. 녹색 검색창인 ‘그린 윈도’에 만약 DBR가 적혀 있다면 무엇을 뜻할까. 이는 ‘네이버 검색창에 DBR를 입력한 뒤 검색 결과를 확인하라’는 뜻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 상징(symbol)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 네이버는 초반에 ‘NAVER 검색창에를 입력하세요’라는 카피를 썼다. 이후 그린 윈도의 노출을 극대화해 검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견고하게 했다. 또 나중에 카피를 생략한 뒤 고객들의 시야에 잡힐 수 있게 조금씩 바꿔 나갔다.

유사 브랜드가 넘쳐나는 정글 같은 시장에서 무관심하거나 변덕스러운 고객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기본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는 우직함을 보여야 한다. 함축과 반복, 변주가 그래서 더 필요하다.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2010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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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합리적? 고객을 살짝 흥분시켜라
▼Special Report/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법


지난해 ‘넛지(Nudge)’란 책이 큰 화제를 모았다. 넛지는 개인이 종종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행동경제학을 근간으로 한다. 지금까지 많은 시장 조사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TV 구매 시 화질이나 음질을 중시한다고 대답해 놓고도 정작 매장에서 음질을 테스트하는 소비자는 1%도 안 된다. 대부분 기능과 상관없는 디자인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DBR는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활용해서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파악하는 ‘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법’을 정리했다. 예를 들어, 특정 요소를 개선했을 때 만족도를 확실히 높일 수 있는 이른바 ‘흥분 요소’에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LG전자는 TV에서 디자인이 흥분 요소라고 판단해 X캔버스 보보스 TV를 출시했다. 전면에 스피커를 장착한 다른 평판TV와 달리 보보스 TV는 스피커를 후면에 배치해 프레임이 없는 TV를 만들었다. 이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LG전자는 큰 성공을 거뒀다. 흥분 요소인 디자인이 넛지 역할을 한 셈이다. 소비자의 깊은 내면의 욕구를 파악하고 싶다면 이제 시장 조사에서도 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 방법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고객을 행복한 죄수로 만들어라.”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클로드 라레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그 제품을 사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제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팔지 말고, 제품 자체가 스스로 팔리는 힘을 갖도록 만들어 성장의 추진력을 얻으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바로 외부 환경의 도움 없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추진력, 즉 ‘모멘텀 효과’다.



에르메스-던힐은 왜 남성전용매장을 열까
▼패션과 경영/남성 고객은 갈대가 아니다


19세기 이후 패션업계에서 서서히 소외됐던 남성들이 다시 명품 브랜드의 주요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2월, 프랑스 명품 업체 에르메스는 미국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자리 잡은 플래그십 스토어 맞은편에 또 하나의 매장을 열었다. 이곳은 남성용 향수, 넥타이, 맞춤복까지 두루 선보이는 남성 전용 매장이다. 고급스러움과 위트를 강조한 19세기 영국 신사들의 사교클럽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에르메스뿐만 아니라 톰 포드, 앨프리드 던힐 등 유명 패션업체들이 세계 유명 대도시에 남성 전용 매장을 속속 개장하고 있다. 매장 안에 주문 제작 양복점, 영국풍 이발관, 시가나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바 등을 꾸미고 ‘당신도 19세기 영국 신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며 남성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왜 명품 업체들이 남성 고객에게 눈을 돌렸을까. 이는 세상이 남성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도 감각 있는 옷차림과 잘 관리한 외모가 필수라고 종용하며 그들을 쇼핑으로 내몬다. 그러나 쇼핑을 대하는 남성과 여성의 태도는 엄연히 다르다. 쇼핑을 일종의 취미 생활로 여기는 여성과 달리 대부분의 남성은 쇼핑을 귀찮게 느낀다. 이런 남성들을 매장으로 불러 모으려면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로 매장을 채울 필요가 있다.



페르소나를 벗는 순간 당신의 민얼굴은?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가면’ 페르소나 vs. 민얼굴


페 르소나(persona)라는 말이 있다. 아주 오래전 로마시대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은 가면을 쓰고 연기했다. 바로 이 가면이 페르소나다. 로마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 삶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마치 능숙한 배우처럼 많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평생 가면을 쓰고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자신의 민얼굴이 아닌, 불가피하게 쓰고 있는 페르소나만을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섬세한 철학자였던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맡은 배역 이면의 ‘민얼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민얼굴은 우리 자신의 고유한 믿음, 충동, 욕구, 혐오 등이다. 그는 페르소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민얼굴을 망각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것을 경계했다. 동서고금의 고전에 담긴 핵심 아이디어를 전하는 DBR의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코너에서 페르소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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