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 빅3 구도가 수익성 높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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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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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기업 이상 경쟁 땐 점유율 쟁탈전 과열
1개 업체가 시장 장악 땐 독점 규제 강화
양강체제 경우는 가격파괴 싸움에 멍들어

‘빅3 법칙’이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3개의 ‘제너럴리스트 기업’이 일반고객을 차지하고, 다수의 스페셜리스트 기업은 틈새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내용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을 보자. 한때 500개가 넘는 자동차업체가 사투를 벌였다. 결국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가 제너럴리스트로 3강 구도를 형성했다. 이 밖에 고급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살린 등 스페셜리스트 업체들이 있다. 제너럴리스트는 시장점유율이 10∼40%, 스페셜리스트는 5% 미만의 점유율을 갖는다.

‘빅3 법칙’이 실제로 통용되는지에 대한 엄밀한 실증 분석 결과가 최근 경영학계에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미국 채프먼대 연구팀은 150개가 넘는 산업 분야의 1000여 개 기업 재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세계 최고 마케팅 학술지인 ‘저널 오브 마케팅(Journal of Marketing)’ 최신호(2010년 3월호)에 실었다.

연구 결과 제너럴리스트가 3개인 산업의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제너럴리스트가 2개 이하이거나 4개 이상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주식시장에서의 수익률도 더 좋았다. 결국 빅3 구도로 시장이 재편됐을 때 업계 전체의 수익률이 극대화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빅3 구도가 수익성을 보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너럴리스트가 4개 이상이면 지나친 점유율 쟁탈전이 벌어져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반대로 한두 개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문제다. 독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독점 이윤을 얻는 업체는 피나는 혁신을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1, 2개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면 과감한 혁신 모델을 앞세운 신규 경쟁자가 등장해 결국 3강 체제로 재편되는 사례가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제너럴리스트도 스페셜리스트도 아닌 어정쩡한 기업(시장점유율 5∼10%)의 수익성이 다른 그룹보다 낮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97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어정쩡한 기업들의 평균 ROA는 6.29%였으나 제너럴리스트는 10.57%, 스페셜리스트는 13.57%였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이 5∼10%라면 전문화할지, 아니면 모든 고객층을 상대로 영업할지를 결정해 확실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또 제너럴리스트 가운데 점유율이 40% 이상인 기업, 그리고 스페셜리스트 가운데 점유율이 1% 미만인 기업은 다른 기업군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페셜리스트는 점유율이 1∼5%일 때, 제너럴리스트는 점유율이 10∼40%일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이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시장점유율 증가가 때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스페셜리스트가 5% 이상으로 점유율을 높이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된다. 또 제너럴리스트도 40% 이상으로 점유율을 확대했을 때 고통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는 경영자에게 이 연구 결과는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M&A 결과 업계가 빅3 형태로 재편되면 바람직한 균형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M&A로 인해 특정 산업에 한두 개의 제너럴리스트만 남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업계 전체의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시장점유율 확대가 항상 최선의 전략이 될 수는 없다.

김남국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장 march@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2010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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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합리적? 고객을 살짝 흥분시켜라
▼Special Report/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법


지난해 ‘넛지(Nudge)’란 책이 큰 화제를 모았다. 넛지는 개인이 종종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행동경제학을 근간으로 한다. 지금까지 많은 시장 조사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TV 구매 시 화질이나 음질을 중시한다고 대답해 놓고도 정작 매장에서 음질을 테스트하는 소비자는 1%도 안 된다. 대부분 기능과 상관없는 디자인을 기준으로 제품을 구매한다. DBR는 이러한 인간의 비합리성을 활용해서 소비자의 잠재된 욕구를 파악하는 ‘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법’을 정리했다. 예를 들어, 특정 요소를 개선했을 때 만족도를 확실히 높일 수 있는 이른바 ‘흥분 요소’에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LG전자는 TV에서 디자인이 흥분 요소라고 판단해 X캔버스 보보스 TV를 출시했다. 전면에 스피커를 장착한 다른 평판TV와 달리 보보스 TV는 스피커를 후면에 배치해 프레임이 없는 TV를 만들었다. 이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LG전자는 큰 성공을 거뒀다. 흥분 요소인 디자인이 넛지 역할을 한 셈이다. 소비자의 깊은 내면의 욕구를 파악하고 싶다면 이제 시장 조사에서도 넛지 발굴을 위한 시장 조사 방법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고객을 행복한 죄수로 만들어라.”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클로드 라레슈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그 제품을 사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제품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팔지 말고, 제품 자체가 스스로 팔리는 힘을 갖도록 만들어 성장의 추진력을 얻으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바로 외부 환경의 도움 없이 기업을 성장시키는 추진력, 즉 ‘모멘텀 효과’다.



에르메스-던힐은 왜 남성전용매장을 열까
▼패션과 경영/남성 고객은 갈대가 아니다


19세기 이후 패션업계에서 서서히 소외됐던 남성들이 다시 명품 브랜드의 주요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2월, 프랑스 명품 업체 에르메스는 미국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자리 잡은 플래그십 스토어 맞은편에 또 하나의 매장을 열었다. 이곳은 남성용 향수, 넥타이, 맞춤복까지 두루 선보이는 남성 전용 매장이다. 고급스러움과 위트를 강조한 19세기 영국 신사들의 사교클럽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에르메스뿐만 아니라 톰 포드, 앨프리드 던힐 등 유명 패션업체들이 세계 유명 대도시에 남성 전용 매장을 속속 개장하고 있다. 매장 안에 주문 제작 양복점, 영국풍 이발관, 시가나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바 등을 꾸미고 ‘당신도 19세기 영국 신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다’며 남성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왜 명품 업체들이 남성 고객에게 눈을 돌렸을까. 이는 세상이 남성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도 감각 있는 옷차림과 잘 관리한 외모가 필수라고 종용하며 그들을 쇼핑으로 내몬다. 그러나 쇼핑을 대하는 남성과 여성의 태도는 엄연히 다르다. 쇼핑을 일종의 취미 생활로 여기는 여성과 달리 대부분의 남성은 쇼핑을 귀찮게 느낀다. 이런 남성들을 매장으로 불러 모으려면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로 매장을 채울 필요가 있다.



페르소나를 벗는 순간 당신의 민얼굴은?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가면’ 페르소나 vs. 민얼굴


페 르소나(persona)라는 말이 있다. 아주 오래전 로마시대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은 가면을 쓰고 연기했다. 바로 이 가면이 페르소나다. 로마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 삶이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연극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마치 능숙한 배우처럼 많은 배역을 연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평생 가면을 쓰고서는 살 수 없는 법이다. 자신의 민얼굴이 아닌, 불가피하게 쓰고 있는 페르소나만을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섬세한 철학자였던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맡은 배역 이면의 ‘민얼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민얼굴은 우리 자신의 고유한 믿음, 충동, 욕구, 혐오 등이다. 그는 페르소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민얼굴을 망각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것을 경계했다. 동서고금의 고전에 담긴 핵심 아이디어를 전하는 DBR의 ‘CEO를 위한 인문고전 강독’ 코너에서 페르소나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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