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서 숨지는 산악인 늘어…이유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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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3~5월 등반 몰려
정상 앞두고 장시간 대기해야
고산병·동상 가능성 크게 늘어
BBC “등반 허가 제한해야”

최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숨지는 등반객이 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NBC뉴스에 따르면 영국 국적의 등반객 로빈 피셔는 전날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반하고 내려오던 중 고산병으로 사망했다. 피셔가 속한 등반팀의 무라리 샤르마는 “정상에서 150m 내려왔을 때 그가 갑자기 쓰러졌다”며 “그를 깨워 산소통을 갈아주고 물을 먹이려 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고 말했다.

피셔는 사망 일주일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등반객이 몰려 이동하기 어려운 ‘병목현상’이 발생하며 안전 문제 등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21일부터 약 700명이 (에베레스트)정상에 도전한다”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외길이기 때문에 병목현상은 치명적일 수 있다. 내가 오르는 25일에는 사람이 적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25일 오전, 정상에 오른 지 45분 만에 숨졌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다 숨지는 산악인들이 느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따뜻한 날씨 때문이다. 기후가 따뜻한 3~5월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최적기다. 산악인들은 이 시기에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가파른 능선 위에 줄을 서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곤 한다.

문제는 산소가 희박한 에베레스트 정상 인근에서 장시간 기다리다보니 고산병이나 동상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네팔의 등산 가이드업체 피크 프로모션의 크리슈마 파우델은 “그 정도 높이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생명에 대단히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의 높이는 해발 8848m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병목현상으로 숨진 산악인은 이미 10명에 달한다. 산악인들은 올해만큼 병목현상이 심한 적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네팔 관광청은 이번 시즌에 381명의 산악인에게 허가서를 발급했다. 지난해에는 346건에 그쳤다. 올해 에베레스트 등반 산악인은 지난해(807명)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네팔 정부가 등산 허가를 제한해야 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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