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찍어둔 학교의 입시 성적이 궁금하다면…졸업생의 진로① [학교, 이렇게 알아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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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학교에 보내는 게 좋을까? 진학을 앞둔 자녀가 있다면 고민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점찍어둔 학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고민이 줄겠지만 이런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개인적인 친분에 의지하는 방법 외에 학교에 대한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국 초중고교의 정보를 모아놓은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숫자만 잔뜩 모아놓은 느낌이어서 처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다 보면 학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학교, 이렇게 알아봐요’ 첫 번째 순서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입시 성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입시 성적은 학교알리미 사이트의 공시정보-주요지표검색으로 들어가서 ‘졸업생의 진로 현황’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특정 학교에서 어떤 유형의 상급학교에 진학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A중학교에서 과학고에는 몇 명,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는 몇 명, 일반고와 특성화고에는 각각 몇 명이 진학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진학한 학교의 이름까지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중학교의 경우 고교 유형별 진학 현황은 꽤 유용한 정보입니다. 고교는 (상대적으로 대학에 비해) 유형별로 묶어 놓으면 그 안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과학고 ○명’ ‘자사고 ○명’ ‘특성화고 ○명’ 등의 정보는 유용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과학고 진학을 희망한다면 최근 꾸준히 과학고 진학자 수가 많은 중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웹페이지에서 바로 보는 것보다 엑셀파일로 된 공개용 데이터를 내려 받으면 더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이트의 공시정보-공개용 데이터를 통해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각 중학교의 졸업자가 △일반고 △특성화고 △과학고 △외국어고·국제고 △예고·체고 △마이스터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기타 학교에 몇 명이 진학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기타’의 범위에 외국인학교, 유학, 특수학교, 대안학교, 각종학교, 영재학교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알리미 자료설명서에 나온 기타 범주에 포함된 학교의 종류. 영재학교는 별도로 진학자의 숫자를 제공하지 않고 외국인학교, 유학, 대안학교 등과 함께 기타에 포함돼 있다.
학교알리미 자료설명서에 나온 기타 범주에 포함된 학교의 종류. 영재학교는 별도로 진학자의 숫자를 제공하지 않고 외국인학교, 유학, 대안학교 등과 함께 기타에 포함돼 있다.


이 중 ‘영재학교’는 일반적으로는 과학고와 유사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과학고 진학을 염두에 둔다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전국에서 8곳이 운영되고 있고, 과학고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특수목적고로 운영되며 전국에 20곳이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다르지만 구분은 쉽지 않습니다. 영재학교는 과학고에서 전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 명칭에 모두 ‘과학’이 붙어 있어 이름만 봐서는 영재학교인지, 과학고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대전과학고와 인천과학고는 이름만 봐서는 지역 차이밖에 없지만 대전과학고는 영재학교이고, 인천과학고는 과학고(특목고)입니다.

영재학교는 선호도가 매우 높은 학교 유형입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데다 여러 고교 유형 중 가장 먼저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불합격에 대한 부담도 적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적이 최상위권인 중학생의 상당수는 가장 먼저 학생을 선발하는 영재학교에 지원하고, 떨어지면 전기고(과학고)와 후기고(자사고, 외국어고, 일반고 등)에 지원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입학전형은 영재학교가 4~7월, 과학고는 8~11월, 후기고는 12월에 이뤄집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교육내용과 졸업생의 진로가 유사하기 때문에 과학고 입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영재학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때문에 정보를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영재고와 과학고를 같이 살펴보는 게 합리적이지만 영재학교 통계는 별도로 제공하고 있지 않아 아쉽습니다.

그런데 학교알리미 통계는 작성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8학년도 전국 20개 과학고의 모집인원(정원내)은 1626명이고, 정원내 모집인원의 10% 이내로 선발하는 정원외 모집까지 감안해도 과학고 입학자 수가 1800명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학교알리미에서 제공하는 통계에서 전국 3400여 개 중학교 졸업자의 과학고 입학자 수를 모두 더해보면 2281명이나 됩니다.

영재학교는 ‘기타’에, 과학고는 ‘(특수목적고)과학고’로 구분해 통계를 작성하려 했지만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구분이 엄격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상당수 영재학교 입학자가 과학고 입학자로 분류됐을 것입니다. 전국 8개 영재학교에서 대략 800명 정도 선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영재학교 입학자 절반 정도가 학교알리미 통계에서는 ‘과학고’로 분류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교알리미가 제공하는 엑셀파일에서 ‘(특수목적고)과학고’ 란의 숫자는 ‘과학고 입학자+영재학교 입학자 일부’인 셈입니다. 개별 학교 졸업생의 진로는 파일을 살펴보시고, 여기서는 전체적인 통계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시군구별로 과학고 진학자 수를 살펴보면 예상대로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지역에서 과학고 진학자가 많았습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80명, 송파구 56명, 양천구 53명, 서초구 52명 등 순으로 과학고 진학자 수가 많았습니다. 이외의 지역에서는 인천 부평구 65명,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55명, 경남 창원시 성산구 45명, 대구시 수성구와 부산시 해운대구 각각 41명 등으로 과학고 진학자가 많았습니다.



외국어고·국제고와 자사고 진학자가 많은 지역 순위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다만 이 자료는 2018학년도 결과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와 동시선발이 적용되기 전의 결과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동시선발 적용 이후 영재학교·과학고에 비해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의 선호는 감소하는 추세라는 분석입니다.



전국적으로 중학생의 진학률은 99.8%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고 진학률은 전국적으로 70.6%인데, 서울(64.2%) 대구(61.4%), 대전(64.0%)은 일반고 진학률이 낮은 편입니다. 이들 지역은 자율고(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 진학률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반고 진학률이 낮습니다. 부산(21.3%) 인천(22.0%) 충북(26.7%) 전남(24.6%) 제주(22.1%) 등은 상대적으로 특성화고 진학률이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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