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 파손해도 될까?…“부숴라” 98%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3일 0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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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3일~5월22일 '민주주의 서울' 조사결과
시민 1037명 참여, 반대는 1%…찬성 압도적
"개인의 재산보다 생명권이 우선한다" 공감

개인의 재산권 침해냐, 시민 안전 확보가 우선이냐.

소방차 출동과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 차량 파손을 놓고 벌어지는 찬반 논쟁이다. 서울 시민들은 압도적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 파손에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인 ‘민주주의 서울’(democracy.seoul.go.kr)에서 긴급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불법주정차 차량 파손에 관한 찬반을 의견을 물었다.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과 서울시가 함께 정책을 수립하고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투표·토론하는 창구다.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는 104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1019명(98%)은 “긴급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불법주차 차량을 부숴도 된다”고 했다. 반대는 13명(1%)였다. 기타는 8명(1%)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시민들은 “불법주차 차량에 대한 재산권보다 인명이 우선하는 게 당연하다”, “본인 재산도 중요하지만 다른사람 재산도 중요하다. 일부러 파손하는 게 아니라면 적극 찬성한다”, “사람의 생명이 자동차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불법 차량 지키려다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며 찬성 의견을 밝혔다.

시는 지난달 4일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불법주정차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화재발생시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5분 안에 도착해 진압해야 효과적이지만 그간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화재 현장 도착과 진압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시 출동한 소방차가 아파트 진입로 양옆에 늘어선 20여대의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10분 이상 현장진입이 지연됐다. 사망 5명, 부상 125명이 발생했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마찬가지다.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굴절사다리차의 진입이 늦어지고 인명구조가 지연돼 29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 관계자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의 사례를 통해 대부분의 시민들이 개인의 재산보다 생명권이 우선한다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재 진압을 방해하는 주정차 차량에 대해 강제집행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돼 있다. 소방기본법 25조 3항이다. 소방본부장, 소방서장 또는 소방대장은 소방활동을 위해 긴급하게 출동할 경우 소방자동차의 통행과 소방활동에 방해가 되는 주차 또는 정차된 차량, 물건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소방 활동을 위해 차량을 파손한 사례는 없다.

반면 선진국들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영국은 2004년부터 소방관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차주의 동의없이 차량을 옮기거나 파손할 수 있는 ‘화재와 구출서비스법’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도 승용차 창문을 깨고 수관을 연결하거나 소방차 이동시에 승용차 범퍼를 파손한 사례가 많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관련 법령은 있지만 소방차 출동을 방해하는 불법주정차 차량을 파손한 사례는 없었다”며 “시민들이 찬성 의견에 힘을 실어준 만큼 서울시소방재난본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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